[재경일보 이호영 기자] SK그룹 총수 일가의 선물투자 손실보전 및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최태원(51) SK그룹 회장과 동생인 최재원(48) 수석부회장이 1천억원이 넘는 회삿돈을 횡령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8일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중희 부장검사)는 이날 이 같은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오전 6시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장장 13시간 넘도록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그룹 본사 사옥과 중구 을지로2가 SK텔레콤 빌딩, 경기 성남시 분당구 SK C&C 사옥, 관련자 자택 등 10여곳에 수사관 100여명을 투입해 관련 증거자료를 확보했다.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의 자택은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인해서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됐다.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을 통해서 SK홀딩스와 SK가스 사무실 등에서 최 회장의 선물투자 및 SK그룹 계열사의 창업투자사 투자과정을 파악할 수 있는 회계장부와 금융거래 자료를 수집하는 한편, 최 부회장의 비자금 조성 관련 자료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SK그룹 상무출신 김준홍(46)씨가 대표로 있는 창업투자사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SK그룹 계열사들이 약 2천800억원을 투자하는 과정에서 투자금 일부가 총수 일가로 빼돌려졌고, 이 자금 중 일부가 최 회장의 개인 선물투자에 쓰인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은 최재원 부회장이 SK그룹 계열사의 협력업체 3곳에서 비용을 과다계상하는 방식 등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지난 7월 협력사 3곳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이들 협력사는 불법대출로 영업정지된 삼화저축은행에서 70억원대 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최 회장 형제의 횡령 액수가 2천억원이 넘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또 최재원 부회장이 이중 상당한 액수의 비자금 조성에 관여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유럽 출장 중이던 최 회장은 계열사 압수수색 소식에 이날 오후 급거 귀국했다. 검찰은 압수수색 자료를 바탕으로 SK그룹 관계자 등을 순차적으로 불러 조사한 뒤 최 회장과 최 부회장 형제도 조만간 소환해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한동영 부장검사)도 이날 SK텔레콤과 SK C&C, 서울지방국세청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서울지방국세청 전 조사국장 이희완(62)씨가 2006년 6월 퇴직 이후 지난해 10월까지 SK그룹 계열사로부터 매월 5천여만원씩 총 30억원 이상을 자문료 명목으로 수수한 사실을 파악하고 이 돈의 대가성 여부를 조사해 왔다.
검찰은 이씨가 SK 계열사로부터 받은 돈이 통상적인 자문료로 보기에는 지나치게 액수가 큰 점에 비춰 조사국장 재직 당시 SK그룹의 세무조사를 무마해 주고받은 사후 수뢰금일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