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박우성 기자] SK텔레콤이 하이닉스반도체 매각 입찰에 단독으로 참여, 사실상 하이닉스의 새주인이 SK텔레콤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하이닉스 입찰 마감일인 10일 오후 3시 이사진 간담회를 열고 입찰 참여 여부를 논의한 결과, 참여 쪽으로 의견을 모은 데 이어 곧바로 이사회를 갖고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를 위해 입찰에 참여하기로 의결했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SK그룹 최태원 회장 형제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과 함께 하이닉스의 기업가치에 대한 판단이 서로 달라 의견이 쉽게 모이지 않았지만, 사내이사들이 회사 측 입장을 강력히 지지해 입찰을 가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SK텔레콤은 접수 마감인 이날 오후 5시 이전에 하이닉스 공동매각주간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에 본입찰 서류를 제출했다. 마감 시각인 오후 5시를 불과 10여분 앞두고서야 내려진 힘든 결정이었다.
SK텔레콤이 최태원 회장 등 그룹 총수 형제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악조건 속에서도 하이닉스 반도체 입찰에 참여한 것은 신성장 동력이 절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하이닉스 인수에 대한 그룹 최고 경영진의 의지가 확고했다.
SK텔레콤은 10일 하이닉스 인수를 위한 입찰 참여에 대해 "정체기에 빠진 통신사업에서 새로운 사업으로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통신과 반도체의 시너지 효과를 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이닉스 인수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SK텔레콤 관계자도 "하이닉스를 인수하면 이동통신사업의 포트폴리오에 반도체 사업을 추가해 미래 성장기반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하이닉스 인수를 결정한 것은 기술력이 뒷받침하는 성장 동력을 찾는다는 차원에서였다"면서 "경영의 주안점은 글로벌 성장을 더욱 가속화해야 한다는 데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SK그룹은 하이닉스 인수를 통해 기존 계열사와의 시너지 제고는 물론 사업 다각화를 통해 제3의 글로벌 성장을 이뤄나가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SK텔레콤은 특히 반도체 산업에 진출해 성장 한계에 부딪힌 통신분야의 돌파구를 찾기를 기대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사업을 다각화하고, 이동통신 사업 포트폴리오에 변화를 줌으로써 미래 성장 기반을 확보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하이닉스의 포트폴리오도 재구성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현재 하이닉스의 핵심 제품을 메모리 반도체에서 시스템 반도체로 바꿀 것"이라며 "시장과 고객 수요에 민감한 통신산업이 시스템 반도체 시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하이닉스 인수전은 당초 SK텔레콤과 STX그룹의 2파전 구도로 진행됐으나 지난 9월 STX가 인수를 중도 포기했고, 채권단은 경쟁입찰을 유도하기 위해 지난달 24일로 예정됐던 입찰일을 지난 3일과 이날(10일)로 두 차례나 더 연기했지만, SK텔레콤을 제외하고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은 없었다.
이에 따라 지난 2001년 10월부터 채권단 공동관리를 받아온 하이닉스가 이번에는 주인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다.
하이닉스 채권단은 SK텔레콤이 제시한 인수 가격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11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하이닉스 인수 총액이 3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약 4주간의 상세실사와 가격 조정 등을 거쳐 내년 1월 중 매매계약을 끝낸다는 계획이다.
채권단의 하이닉스 지분은 총 15%다. 외환은행이 가진 지분이 3.42%로 가장 많고 우리은행 3.34%, 정책금융공사 2.58%, 신한은행 2.54%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