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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베이징 노선 신설로 대한항공 울상 중국항공사는 실속 챙겨

[재경일보 이호영 기자] 지난 7월부터 대한항공이 인천~베이징 노선 일부를 김포~베이징으로 돌리면서 대한항공은 인천공항 환승객이 줄어들어 울상을 짓고 있는 반면 중국 항공사들은 김포에서 출발해 상하이를 경유해 전 세계로 나가는 노선을 신설해 한국 승객 유치에 나서고 있는 등 노선 신설로 인해 중국만 실속을 챙기고 있다. 이에 따라 이 노선이 우리나라 항공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기존 대한항공의 인천-베이징 6개 운항편 중 2개(횟수로 따지면, 주18회 인천~베이징 노선 가운데 7회)가 김포-베이징 노선으로 바뀌면서 대한항공의 서울(인천·김포)~베이징 구간의 환승객 수요가 계속 줄고 있다. 인천공항과 달리 김포공항에서는 국내 항공사의 주력 노선인 북미 노선이 운항하지 않아 인천~베이징을 활용해 북미로 환승하는 연 3만명가량의 승객 중 상당수를 잃은 것이다.

대한항공의 서울~베이징 노선 환승객은 7월 한달 8천856명으로 작년 같은달의 7천503명에 비해 18.0% 증가했을 뿐 이후 8월, 9월은 각각 9천776명, 8천162명으로 전년 동월대비 7.6%, 9.3% 감소했다. 7~9월 전체 환승객은 2만6천794명으로 전년대비 1.9% 감소했다. 이는 같은 기간 서울~베이징 노선 이용객이 10만3천95명으로 작년에 비해 2.5% 증가한 것과 반대다.

인천~베이징 노선의 운항편이 2개 줄면서 남은 4개 운항편의 환승객 수요는 일시적으로 증가했지만 이후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7월에는 8천102명으로 전년 동월에 비해 85.7% 증가했지만 이후 8월과 9월은 각각 48.1%, 40.7% 증가에 그쳤다. 이들 4개 운항편의 인천 도착 시각은 각각 오후 4시50분, 밤 0시10분 등으로 다른 노선과 연계하기가 매우 불편하기 때문이다. 환승 수요가 큰 노선이 김포로 옮겨지면서 인천공항과 항공사의 환승 수요 전체가 줄어든 셈이다. 대한항공은 이번 노선 조정으로 북미행 환승객 수가 연간 최소 1만명 상당 줄어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금액으로 따지면 108억원 규모다.

반면 중국은 공항과 항공사가 우리나라의 항공수요를 흡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신규 수요 개발이 불가능하지만 중국은 김포를 출발해 베이징을 거쳐 세계 208개 도시로 가는 신규 환승객 유치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미 베이징공항을 허브로 삼는 중국국제항공은 베이징-유럽ㆍ북미 노선에 환승객을 유치하고자 오전 9시25분 김포를 출발하는 노선을 개설했다. 중국 항공사들은 향후 김포를 거쳐 유럽과 북미로 가는 노선을 적극적으로 마케팅할 계획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중국이 김포-베이징 노선 신설 대신 인천-베이징 노선 전용을 주장할 때부터 예고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김포-베이징 노선이 적잖은 장점이 있다고 하지만 인천공항 허브화와 국내 항공사 경쟁력 제고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며 “인천-베이징 노선을 증편해 중국 환승 수요를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