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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금융계열사 인력 감축·전자계열사 사업재편 나서

[재경일보 이호영 기자] 삼성그룹이 금융과 전자 계열사에 대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금융 계열사는 인력 감축, 전자 계열사는 사업 재편을 중점 추진한다. 또 내달 초 정기인사에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10명 정도를 교체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삼성 그룹 내부에서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번 조치는 이건희 삼성 회장이 지난 4월 서초동 삼성사옥에 출근하기 시작해 7개월간 경영 현안을 점검한 뒤 추진하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삼성그룹의 이번 조치에 대해 향후 10년을 대비하기 위해 그룹 주력 사업 분야에 필요한 처방을 내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15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조직을 슬림화해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금융 계열사에 대해서 대규모 인력 감축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금융 계열사를 대상으로 1000명가량을 희망퇴직 형태로 감축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다음달부터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을 예정이다.

회사별로 △삼성생명 600명 △삼성화재 150명 △삼성카드 150명 △삼성증권 100명 정도를 줄일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1만6000여명인 금융 계열사 정규직 가운데 6% 이상이다.

그룹 측에서는 이미 지난해 금융 계열사 일류화 태스크포스를 만들었지만 해외 진출 등 눈에 보이는 성과가 거의 없자, 경쟁력 강화와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는 유휴인력을 감축하는 쪽으로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인력 감축에 대해 "내수사업에 머물고 있는 금융사업을 글로벌화하기로 하는 데 그룹 내부적으로 방향이 정해졌다"며 "이를 위해 계열사별로 조직 슬림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생명 내부 관계자는 "이미 상당수 직원들은 이직 또는 퇴직을 결정한 상태"라고 말했다.

삼성의 전자 계열사는 사업재편에 나서고 있다.

권오현 삼성전자 DS사업총괄 사장은 올 하반기부터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와 삼성LED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지난 7월부터는 SMD, 지난 9월부터는 삼성LED의 경영계획 등 업무보고를 챙기고 있다. 삼성그룹에서 삼성전자 사장이 다른 계열사 업무를 챙긴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SMD는 삼성전자와 삼성SDI 합작사로 휴대폰, TV 등에 쓰이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사업을 전담하고 있으며, 삼성LED는 삼성전자와 삼성전기 합작사로 LED(발광다이오드)사업을 맡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권 사장이 삼성전자 부품사업을 총괄하는 자리에 있기 때문에 전자에 부품을 공급하는 SMD와 삼성LED 업무를 들여다보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디스플레이패널 사업을 일원화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SMD와 삼성LED를 흡수 합병하기 위한 수순에 들어갔다는 게 삼성 내부의 대체적 관측이다. 삼성전자가 흡수 합병한 뒤 조명은 가전사업부에, LED칩과 패키지는 DS총괄에서 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