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오희정 기자] 현대오일뱅크를 제외한 SK에너지와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정유 3사가 15일 '알뜰주유소'에 공급하는 석유제품 입찰에 참가했지만 결국 유찰됐다.
한국석유공사와 농협중앙회가 주관하는 입찰 마감일인 이날 오후에 이들 정유 3사가 참가를 신청, 단가 계약 방식으로 입찰을 진행했지만 낙찰 예정가격(예가)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유찰은 국내 4대 정유사 가운데 한 곳인 현대오일뱅크가 지난 9일 영업손실 보전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들어 불참을 선언하면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업계에서는 고가의 기름값에 시달리는 국민의 고통 분담에 동참한다는 정부의 취지에는 동감하면서도 '시장의 논리를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많았었다.
각 정유사 마케팅 실무자들이 참가한 이날 입찰에서 석유공사 등은 결론을 내리려고 '푸시'를 했으나 정유사들은 수지타산을 냉철하게 따졌다는 후문이다.
지식경제부가 지난 3일 '알뜰주유소 추진계획'을 내놓고 석유제품 대량구매를 석유공사와 농협이 대행하도록 하는 형식으로 진행했던 이번 입찰은 결국 '무리수'를 쓴 정부가 체면을 구긴 모양새가 됐다.
입찰 과정에서 이견의 핵심은 낙찰 예가와 수출단가와의 격차가 너무 큰 것이었다. 정유 3사 모두는 정부측이 제시한 예가 '마지노선'을 쉽게 수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접점이 쉽게 형성되지 않자 4차례나 가격을 다시 써내는 '해프닝'도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출하면 돈을 더 많이 받는데 그렇게 큰 손해를 보면서 어떻게 장사를 할수 있느냐는 생각들이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정유사들이 자영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보다 예가가 낮아서 차별에 대한 부담도 있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입찰에 참가한 정유사들이 물량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면 주유소 공급가보다 낮게 가격을 써냈을 것"이라면서 "정부가 제시한 물량에 욕심을 내지 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재입찰이 성공하려면 정부측이 예가와 수출단가와 격차를 더 좁히거나 오지 등으로 수송할 때 보조금을 준다든지, 전액 현금 결제를 한다든지, 아니면 물량을 더욱 확대한다든지 등의 정유사들의 구미가 당기는 일종의 '당근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