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유로존 재정위기가 갈수록 확산되면서 유로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를 넘어 유로존의 핵심국가인 벨기에와 독일까지 위기가 고조되고 있고, 유로존 위기가 전이돼 동유럽까지도 점점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포르투칼과 헝가리는 투기등급으로 전락했다.
특히 정치권의 리더십 부재가 심각해, 이들이 유로존 위기를 해결하겠다며 회동을 가지고 나면 오히려 상황이 더 악화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매번 내놓은 대책들이 뻔한 원론적인 수준의 입장 재확인에 불과한데다, 시장의 기대감을 매번 실망으로 바꾸고 있는 것이어서 회동을 하지 않는 것이 차라리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않을 수도 있는 상황까지 만들어지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유로존의 3대 경제강국인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정상들이 유로존 재정위기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프랑스에서 회동을 가졌지만 시장의 불안감을 전혀 씻어내지 못하고 오히려 증폭시키는 역할을 했다.
3개국 정상이 유럽중앙은행(ECB)의 독립성을 지지하고 역할을 확대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또다시 구제금융 신청선인 마(魔)의 7%를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이번 3개국 정상 회동에서 나온 합의가 중장기적 차원의 대책으로, 당장 ECB의 역할 확대를 통한 단기적 해결책을 기대했던 시장에는 실망을 안겨줬다고 분석했다. 유로본드 발행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도 시장을 실망시켰다.
이런 가운데 포르투갈의 국가 신용등급도 투자등급에서 투기등급으로 추락했다.
피치는 이날 포르투갈의 국가 신용등급을 'BBB-'에서 'BB+'로 한 단계 낮추고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피치는 전날 유럽 지역의 부채 위기가 악화한다면 프랑스의 신용등급도 떨어질 수 있다며 국가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경고했다. 피치에 앞서 무디스 등도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유로존 재정위기가 동유럽으로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4일(현지시간) 헝가리의 국가 신용등급을 투자적격등급 가운데 최하위 등급인 Baa3에서 투자부적격등급(투기등급)인 Ba1로 한 단계 강등했다.
헝가리는 지난 11일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피치 등이 국가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강등할 가능성을 시사하자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연합(EU)에 금융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S&P와 피치는 금융지원 여부를 지켜보겠다며 아직까지 헝가리의 신용등급을 투자적격등급의 최하위 등급으로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헝가리를 `부정적 관찰대상'에 올려놓고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투기등급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
헝가리는 최근 유로존의 경기 둔화가 유로존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동유럽의 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등 국내외적 요인으로 인해 대외신용도가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5일에는 3년 만기 헝가리 국채 금리가 연 8.35%를 기록, 2009년 8월 이래 최고치로 올라섰다.
헝가리 포린트화 가치도 유로화 대비 317포린트로, 2008년 초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기 직전 수준으로 치솟았다.
한편, S&P의 국가 신용등급 책임자인 데이비스 비어스는 내년 유로존의 경기침체 상황에 따라 여러 국가에 대한 신용등급 강등 압력이 심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