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양준식 기자] 유럽 재정위기가 위기국가인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을 넘어 유로존 핵심국가인 프랑스, 벨기에, 독일 등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동유럽에까지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면서 금융시장이 또 출렁이고 있다.
2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유럽 위기가 확산된 조짐을 보이자 외국인의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코스피는 1,800선이 무너졌고, 원ㆍ달러 환율도 7일째 상승이 계속되며 1,160원을 넘어섰다.
증권 전문가들은 유럽 재정위기가 단시간에 해결되는 것은 힘들어 내년까지 국내 증시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고 코스피의 변동성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미국 국가 신용등급 강등과 유럽 재정위기으로 시작된 금융시장 충격이 유럽 재정위기가 계속되면서 좀처럼 진정될 조짐이 보이지 않으면서 실물경제의 악화 가능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
◇계속되는 유로존 재정 위기로 한국 경제 불안 가중
코스피는 11월 들어 24일까지 113포인트(5.97%)나 하락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유로존 국가의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이로 인해 도미노 신용등급 강등 사태가 이어지면서 투자심리가 악화돼 외국인들의 집중 매도 공세에 나선 탓이다.
외국인은 지난 17일부터 24일까지 6거래일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428억원을 순매도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도 7일째 상승세를 이어가며 1,1600원선을 돌파했다.
금융시장 불안이 가중되면서 실물경제도 추가로 악화될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금융시장의 불안이 장기화하면 기업의 수출ㆍ입에 영향을 미치고 소비심리도 위축된다. 자금난을 겪는 기업들은 투자를 미루거나 포기하는 사태가 벌어지기 쉽다.
실제로 이미 세계 각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속속 하향 조정되고 있으며, 우리나라 또한 경제성장률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3%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글로벌 위기로 실적이 크게 악화된 기업들도 투자를 미루거나 감원 등의 조치를 단행하고 있다.
◇증시 변동성 커져 전망 쉽지 않아
최근 증권사들이 내놓은 내년 주식시장 전망을 보면, 예상 코스피 밴드는 대체로 1,700~2,300선에 형성되어 있다.
상단과 하단의 차이가 600포인트에 이를 정도로 2012년에 변동성이 큰 장세가 예상된다는 의미다.
유럽과 미국의 금융·재정 위기 해결이 쉽지 않은데다 내년 각국의 선거를 앞두고 있어 정치적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증시 전망이 쉽지 않아 지금이 주식 매매를 해야 하는 시점인지에 대해서 전문가별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위원은 "아직 리스크가 줄어들지 않았다. 당분간 현금 비중을 늘리는 보수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고 말했고,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유럽중앙은행(ECB)과 독일의 대응을 본 뒤 대응해도 늦지 않다"고 밝혔다.
반면에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럽발 악재가 한국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은 지금이 최대치다. 코스피가 현 수준이면 내성이 생긴 것이다. 연말과 내년 상반기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자동차, 게임, 전기전자(IT), 정유, 건설 업종을 위주로 주식 비중을 높여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