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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감염'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 국내 첫 확인… 인간광우병은 아냐

[재경일보 유혜선 기자]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에 걸려 숨진 사례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식 확인됐다.

CJD는 광우병처럼 뇌에 스펀지 같은 구멍이 뚫려 뇌기능을 잃게 되는 치명적 전염병이다.

지금까지 CJD 증상만으로 '의사(유사) CJD' 진단을 내린 경우는 있었지만, 생체 검사를 통해 CJD로 정확히 확인된 것은 이번이 국내 처음이다.

특히 보건당국의 조사 결과, 이 환자는 23년 전 뇌수술을 받는 과정에서 CJD 감염 사망자의 인조경막을 이식했다가 CJD에 전이된 '의인성 CJD'로 확인돼 추가 감염 환자 파악 등의 역학조사와 대책마련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정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이러한 방법으로 이식수술을 받은 자들이 있어 이 질병으로 사망한 사망자가 더 있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치매와 운동능력 상실 등의 증상을 보이는 CJD에는 자연적 돌연변이로 발생하는 '산발적 크로이츠펠트야콥병(sCJD)', 사람에서 감염되는 '의인성 크로이츠펠트야콥병(iCJD)', 광우병에 걸린 소에서 옮겨지는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vCJD)' 등으로 나뉘며, vCJD만을 소위 ‘인간 광우병’으로 부른다.

이번에 사망한 환자는 sCJD 환자의 조직을 수술에서 사용해 감염됐으므로 인간광우병과 무관하며, 원인을 알 수 없는 자생적 질병인 sCJD는 국내에서도 매년 30건 정도 발생한다.

질병관리본부도 "이번 사례는 감염된 조직 이식 등 의학적 치료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인간광우병'으로 불리는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과는 무관하며, 일상생활에서 전염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29일 질병관리본부와 한림대의대 김윤중 교수팀에 따르면, 지난 7월 감각장애와 정신이상, 운동장애 등의 증상을 보이다 숨진 54세 여성의 생체조직을 꺼내 동물실험을 한 결과, 국내 첫 '의인성 CJD(Iatrogenic CJD)' 환자로 최종 판명됐다.

김 교수는 이런 내용을 지난 7월 질병관리본부에 보고했으며, 관련 논문은 대한의학회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11월호에 발표했다.

CJD는 감염 후 잠복기간이 20여년 이상으로 길지만, 발병 이후에는 생존기간이 1년 정도로 짧은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이번에 처음 확인된 의인성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의 경우, 지금까지 20개국에서 400건 이상의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대부분의 감염원인은 사망자의 뇌 경질막 이식, 뇌하수체 호르몬 이식, 각막 이식, 신경외과의 감염된 수술 장비 등이다.

논문에 따르면, 이번 환자의 경우도 23년전인 1987년 뇌종양의 일종인 뇌수막종으로 절제술을 받고 이곳에 다른 사망자의 뇌조직을 원료로 한 경질막을 이식한 뒤 CJD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경질막은 온몸의 감각과 운동 등의 활동을 통제하는 중추신경계를 싸고 있는 3개의 뇌막 중 가장 바깥쪽에 있는 막이다. 뇌수막종 수술 후 뇌경질막을 다시 이식하는 것은 보통 수막종이 뇌경질막에 발생하기 때문에 함께 떼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팀은 수술 과정 중에 CJD에 걸린 라이요두라(Lyodura)라는 제품이 사용된 것으로 추정했다. 수술 당시 사용된 라이요두라 제품은 사망자의 뇌조직으로 제조됐는데, 그 사망자가 sCJD에 걸렸다고 김 교수는 밝혔다.

의료진의 추적결과, 이 환자는 CJD에 감염된 줄도 모른 채 20여년을 지내다 2010년 6월 몸에 힘이 약해지고 왼쪽 얼굴과 오른쪽 발가락에서 감각장애가 나타나나는 등의 운동장애, 간대성근경련(근육의 일부 또는 전체에 나타나는 갑작스런 수축현상) 등이 나타난 후에야 3차 대학병원에 보내졌다. 당시만해도 뇌-자기공명영상(MRI)에서 눈에 띌만한 점은 없었지만 그 때부터 1년 후 사망 시점까지 환자의 증상은 급격히 악화됐다. 의료진은 구음장애와 공포증, 심한 감정변화, 불면증, 환각증, 복시 등이 이 환자의 대표적 증상이었다고 보고했다.

김윤중 교수는 논문에서 "환자의 뇌 전두엽 영역에서 생체 조직검사를 한 결과 프리온 단백질의 침전이 확인됐다"며 "라이요두라(Lyodura)라는 제품의 뇌경질막을 이식 받은 뒤 CJD에 감염된 첫 사례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김 교수팀은 특히 사망 환자의 뇌경질막을 추출해 동물의 뇌에 이식하는 실험을 통해 이 제품이 CJD 감염의 원인이었음을 최종적으로 확인했다. 이 또한 국내에서 CJD 진단을 위해 이뤄진 첫 생체검사였다.

라이요두라는 지금도 뇌수술 등에 사용되고 있지만 사망자의 뇌조직을 이용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소의 뇌경막 조직을 이용하고 있다.

iCJD를 일으킨 라이요두라는 독일 ’비브라운’사가 1969년 인간 시신의 뇌경막을 이용해 개발한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는 “당시에는 CJD를 일으키는 변형 단백질의 일종인 프리온을 제거하지 않았지만, 1987년 이후에는 프리온을 죽인 라이요두라 제품을 판매했다”며 “현재 국내 유통 라이요두라는 소나 돼지 등 동물유래 경막이나 합성소재를 이용해 만들었으므로 안전하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는 추가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국내 CJD 환자에 대한 대대적인 역학조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사망 환자가 제품을 이식한 1987년을 전후해 국내 대학병원 등을 중심으로 이식사례, 제품 사용현황, 환자 발생 및 사망 여부 등을 역추적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보고가 지난 7월에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건당국이 늑장 대처를 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모 대학병원의 신경외과 교수는 "라이요두라 제품은 한때 수입이 중단됐다가 지금도 다시 수술에 사용되고 있다"면서 "오늘도 수술에 사용했지만, 아직까지 이 제품에 의해 CJD 환자가 발생했다는 내용을 통보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 권준욱 감염병센터장은 "당장 전문가위윈회를 구성하고 조사요원들을 병원에 보내 실태조사를 벌일 방침"이라며 "환자들의 안전을 위해 향후 대책마련에 주력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