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조동일 기자] 우리나라 은행 외화부채 가운데 53.6%가 유럽에 집중 되어 있는 것으로 드러나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것은 한국 경제가 유럽 재정위기 위험에 그만큼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현재 유럽 재정위기가 갈수록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국내로 들어온 외화자금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유럽계 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가면 국내 금융시장의 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외화 조달처를 다변화해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우리나라 은행들(국내은행과 외국계 지점을 포함)의 전체 외화부채(익스포저, 3천494억6천700만 달러)의 절반이 넘는 53.6%가 유럽에 대한 외화부채(1천872억5천800만 달러)인 것으로 집계됐다.
나라별로는 영국이 1천4억8천만 달러로 가장 많았고, 이어서 프랑스가 325억8천900만 달러, 독일이 199억5천만 달러였다. 그 외 네덜란드가 119억5천400만 달러, 이탈리아가 16억1천100만달러 등이다.
노무라증권은 지난 8월 보고서에서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국내에 프랑스와 독일계 은행에서 각각 300억달러, 170억달러가 들어와 있다"며 "한국이 아시아 국가 중 독일과 프랑스계 은행의 익스포저 규모가 가장 크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유럽 재정위기가 그리스에서,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 핵심국으로 전이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전문가들은 유럽계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 국내 시장이 위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통화스와프 체결을 비롯한 대출 창구의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연식 수석연구원은 "유럽과 미국의 익스포저 비중이 과도한 것을 해소해야 한다. 일본과 중동 등 자금 여유가 있는 국가에서 조달하는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유럽계 자금이라고 하더라도 만기가 있다. 만기가 집중되는 시기를 제대로 파악해 문제가 될 소지에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외국 자본의 다변화 필요성은 그동안 수차례 제기되어 한 때 이슬람채권(수쿠크)에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이 검토되기도 했다.
금융연구원 박성욱 연구원은 "기본적으로 자금 유입의 다변화가 필요하다. 중동이나 이슬람 자금 도입이 거론되지만 한계가 있다. 유럽 비중은 외화 자금 유입 규모를 어느 정도 통제를 해야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외화자금 차입선 다변화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당국의 관계자는 "아직 유럽계 외화차입 비중이 위험하다고 보지는 않지만 차입선 다변화 차원에서 줄이도록 금융사들을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