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우리나라 은행들(국내은행과 외국계 지점 포함)이 국외에서 빌려온 자금 가운데 절반이 넘는 54%가 유럽계 자금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편중이 심각한 수준이어서 유럽 재정위기가 진화되지 않고 프랑스와 독일에까지 확산될 경우 국내에서 대규모 외화자금 이탈이 일어날 수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일 국제결제은행(BIS)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주요 24개국에 대한 우리나라 은행들의 외화부채(익스포저)의 지역별 비중을 보면 유럽이 전체(3천494억6천700만달러)의 53.6%(1천872억5천800만달러)를 차지해 가장 높았다.
국가별로 보면 유럽 국가들 가운데 영국(1천4억8천만달러), 프랑스(325억8천900만달러), 독일(199억5천만달러), 스위스(178억6천만달러), 네덜란드(119억5천400만달러) 등의 순으로 우리나라 은행들의 외화부채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유럽 금융기관들이 최근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무디스, 피치 등 국제 신용평가사의 잇따른 국가 신용등급 강등조치 등을 고려해 해외지점의 유동성 회수에 나설 경우 대규모 자금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이승호 연구위원은 "오스트리아가 최근 동유럽 지역에 대출을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위기국가 뿐 아니라 신용등급 'AAA' 국가도 자국의 신용등급 유지를 위해 해외 유동성 긴축에 나설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지적하고, "최악의 상황을 고려한 것이지만 유럽 재정위기 심각해지면 유럽계 은행들이 자금을 일시에 빼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외화차입선을 다변화하고 적정 외화유동성 비율 유지를 위한 기업과 금융기관 자구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의 고위 관계자는 "유럽 재정위기가 위험수준에 이를 경우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지만 대부분의 자금이 계약 기간이 정해져 있어 만기 이전에 빠져나가기는 어려운 구조다"라며 "아직 유럽계 외화차입 비중이 위험하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차입선 다변화 차원에서 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진 이후 비중을 다소 줄이도록 금융사들을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