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안진석 기자]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의존도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글로벌 재정위기와 경기둔화에 따른 미국의 구매력 감소와 양국 제조업의 대외생산(외국이전) 비중 증가, 중국산에 대한 우리 제품의 가격경쟁력 약화 등이 주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약 20년 동안 무역의존도가 1/3로 크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한미 FTA가 발효되면 무역규모가 커져 대미 무역의존도가 조금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2일 한국은행과 관세청의 수출입통계(통관 기준)에 따르면, 올해 1~10월 중 우리나라 무역의 대미 의존도는 9.3%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90년 이래 가장 낮은 것이다.
무역의존도는 우리나라 전체 무역액(수출액+수입액)에서 대미 교역액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올해 우리나라 1~10월 총 무역액 8천976억1천만달러 가운데 대미 무역액은 834억9천만달러였다.
같은 기간을 기준으로 연도별 대미 무역의존도는 1990년 27.7%였지만 1995년 21.0%, 2000년 20.1%, 2005년 13.2% 등으로 꾸준히 줄어들어 20년 만에 3분의 1로 축소됐다.
대미 수출액은 전체 수출액의 10.0%, 대미 수입액은 전체의 8.6%다. 1990년 대미 수출의존도가 31%, 수입의존도가 25%인 점을 고려하면 수출이 수입보다 더 큰 폭으로 줄었다.
1990년 우리나라 무역의 23.1%를 차지했던 대일 무역의존도도 10.0%로 절반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1년 2.9%에서 2011년 20.4%로 20년간 10배가량 늘었고, 인도도 0.5%에서 1.9%로 증가했다.
나라별 의존도가 선진국은 줄었으나 신흥국은 늘어난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중국 등 신흥국으로 공장을 이전해 수출통계에서 제외됐다. 그동안 무역 다변화를 꾸준히 해왔고 글로벌 재정위기로 미국 내 수요가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곽수종 수석연구원은 "미국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중국 등 신흥국과 경쟁할 수 있는 여력이 많이 떨어졌다"며 "미국 내 가격경쟁력이 떨어진 우리 제품이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등으로 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체결되면 한미 간 무역규모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LG경제연구원 김형주 연구위원은 "FTA는 최종재(완제품) 가격을 낮추기 때문에 시장 점유율을 조금 높일 수 있다. 다만 중국, 인도 등에 대한 무역만큼 빠르게 늘긴 어려워 비중이 매우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경제가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비중이 그만큼 커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바람직하지 않다. 돌발변수가 생길 때 타격이 클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