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올해 주택담보대출(주택대출)은 수도권이 아니라 비수도권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비수도권 집값이 강세를 보인데다, 수도권 주민들의 가계부채 부담이 커진 탓에 더 대출을 받는 것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6일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362조8천억원이었던 예금취급기관 주택담보대출은 올해 9월 말 383조4천억원으로 5.7% 늘었다.
이 가운데 수도권 주택대출은 255조9천억원에서 266조2천억원으로 4% 증가한 반면, 비수도권은 106조9천억원에서 117조2천억원으로 9.6%나 급증했다. 수도권 증가율의 2배가 넘는다.
비수도권의 주택대출 총액은 수도권의 절반도 안 되지만, 올해 주택대출 증가액은 10조3천억원으로 수도권과 똑같았다. 두 권역의 주택대출 증가액이 비슷해진 것은 올해가 사상 처음이다.
주택대출이 가장 활발했던 곳은 부산으로 올해 2조7천억원 급증했다. 1조7천억원 늘어난 경남이 그 뒤를 이었고, 대전도 1조원 넘게 증가했다.
대출 증가율은 전남(16.4%), 경남(13.3%), 대전(13.1%), 부산(12.7%) 등이 높았다.
비수도권의 주택대출 급증 현상은 지방 집값의 강세 때문이다. 국민은행의 주택 매매가격 자료를 보면, 올해 들어 서울의 집값 상승률은 0.4%, 수도권은 0.6%에 그쳤지만,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 등 5개 광역시의 상승률은 14.6%에 달해 `폭등세'에 가까웠다.
최근 수년간 주택 신규 분양물량이 수도권에 집중돼 지방의 주택 공급이 부진했던 점, 지방 거주자의 빚이 적어 주택대출 여력이 큰 점 등이 지방 집값 강세의 주요 요인이다.
이런 데다 수도권 주민들의 가계부채가 이미 한계에 달한 상황이라 더 이상 대출을 받는 꺼리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도 원인이라는 평이다.
2011년 가계금융조사 결과를 보면, 수도권 거주자의 빚은 무려 7천336만원에 달했다. 비수도권 거주자(3천241만원)의 갑절 수준을 훌쩍 넘는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팀장은 "공급 부족에 세종시 건설, 공기업 지방이전 등의 호재가 겹쳐 지방 집값이 강세를 보였다. 이 때문에 비수도권의 주택대출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