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영은 기자] SLS그룹 이국철 회장의 로비 의혹과 관련해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이 8일 오전 체포됐다.
'이국철 폭로 의혹'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이 로비를 받은 인물로 지목돼온 박 보좌관을 이날 오전 8시경 부천의 자택에서 전격 체포함에 따라 정치권 로비의혹 수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검찰은 청탁과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박 보좌관이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보고 어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전격적으로 신병 확보에 나섰다.
검찰은 현재 박 보좌관을 상대로 이국철 SLS그룹 회장측으로부터 그룹 구명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았는지, 그리고 실제로 로비활동을 벌였는 지에 대해 추궁하고 있다.
앞서 이국철 회장은 사업가 문모씨와 박 보좌관을 통해 정권실세에게 거액을 건넸다고 폭로한 바 있다.
문모씨는 이 회장으로부터 7억8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이미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으며, 박 보좌관은 문씨를 통해 고가의 명품 시계 1개를 건네 받았다가 폭로가 이어지자 이를 급히 돌려줬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박 보좌관은 시계 외에도 거액의 현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검찰은 의혹을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있다.
박 보좌관의 체포로 검찰수사의 무게중심이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쪽에서 이국철 SLS그룹 회장과 야권이 폭로한 정권실세 쪽으로 옮겨가게 됐다.
검찰에 따르면, 박 보좌관은 이 회장이 내세운 로비창구인 대영로직스 대표 문모씨와 만나면서 사건에 연루됐다.
워크아웃 위기에 처한 SLS그룹의 구명로비 명목으로 이 회장에게서 7억8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문씨가 정치권에 접근하는 채널로 박씨를 택해 접촉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문씨가 박씨에게 500만원 상당의 카르티에 시계 외에도 로비 명목으로 상당한 액수의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씨는 애초 의혹이 불거지자 "민원담당자로서 문씨를 만났을 뿐이며 시계는 기념품으로 알고 받았지만 뜯어보니 고가 제품인 것 같아 돌려줬다"며 금품수수 사실 자체를 강력히 부인해왔다.
그러나 검찰이 박씨에게 통상적인 소환 통보를 하지 않고 곧바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신병을 확보한 점에 비춰볼 때 그동안 계좌추적 등을 통해 박씨의 금품수수 혐의를 상당 부분 확인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검찰은 일단 박씨의 혐의를 확정한 이후 그가 문씨를 통해 받은 금품이 실제로 정치권에 전달됐는지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구속 직후 공개된 비망록에서 문씨에게 정권실세를 상대로 한 로비자금으로 60억원과 명품시계 4개를 전달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수사진척 상황에 따라 이번 사건의 파장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박씨가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호가호위(狐假虎威)하며 개인적 잇속을 챙긴 것으로 밝혀지면 SLS그룹 로비의혹은 단순 사기극 또는 브로커 사건으로 마무리될 수 있다.
반대로 박씨가 문씨를 통해 받은 로비자금 중 일부라도 정치권에 흘러들어간 흔적이 포착되면 메가톤급 파장이 일 수도 있다.
이상득 의원실 측은 이 의원은 박 보좌관이 이국철 회장을 접촉한 사실 자체를 알지 못했다며 관련성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