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고명훈 기자] 오는 2014년 만료되는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위해 한미 양국이 지난 6일부터 서울에서 4차 개정 협상을 재개했지만, 양측의 주장이 계속해서 평행선만 달려 추가 조율의 과제를 남긴 채 8일 종료됐다.
박노벽 한미 원자력협정 협상 전담대사와 로버트 아인혼 미국 국무부 비확산ㆍ군축담당 특보가 수석대표로 참가한 이번 협상에서 한미 양측은 각각 마련한 초안을 놓고 세부문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장에서는 ▲원자력 기술개발 문제 ▲산학협력 ▲안전조치 ▲수출 원활화 등의 분야 가운데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 허용 여부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사용후 핵연료 보관시설이 2016년 포화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미국은 재처리로 인한 핵무기 제조 가능성 등을 이유로 이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행정부 안팎에서는 한국이 독자적인 핵 개발 프로그램을 추구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끊임없이 표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지난 2000년 한국이 레이저 농축법을 활용해 조직적으로 우라늄 농축을 시도했으며, 여전히 유사한 시도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미 행정부 일각에서는 한국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자는 의견까지 나온 바 있다.
양측은 또 `건식처리(파이로 프로세싱)'을 포함한 사용후 핵연료 관리 방안에 대해 양국이 공동 연구를 진행하기로 한 만큼 이 연구 결과를 협정문에 어떻게 반영할지에 대해서도 조율했다.
건식처리는 우리 정부가 저농축 우라늄 자체 생산과 사용후핵연료의 재활용 차원에서 연구해온 기술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협정문을 새로 쓰기 위한 협의 과정이기 때문에 공통적인 이해ㆍ인식의 토대 위에 기술적인 조건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말했다.
한미는 내년 상반기 미국에서 5차 개정 협상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