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금융당국에 의해 상장사 등기 임원들 각각의 보수가 얼마인지를 개별적으로 공시하도록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현재는 임원들에 대한 보수 총액만이 공개되고 있어 평균 연봉은 파악할 수 있지만 개개인의 급여가 얼마인지는 알 수가 없다.
금융위원회는 관계자는 8일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처럼 금융기관이나 상장사 임원들의 보수 공시를 총액 기준에서 개별 기준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현재 타당성 여부를 실무적인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하고 "그러나 아직은 방안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당국의 이런 움직임은 현행 임원보수 공시가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보고서 제출대상 법인의 경우, 임원 모두에게 지급된 보수총액만 기재하게 돼 있어 경영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최고위층 임원들의 성과보수체계를 파악할 수 없다.
국회 차원에서도 임원보수의 개별공시 방안이 추진된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임원보수 개별공시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면서 "현재 관련내용을 담고 있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2008년 3월에 발의됐으나 그동안 제대로 심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법안이 금융당국의 긍정적인 검토를 거쳐 국회에서 통과되면 재벌그룹 총수나 금융지주사의 회장의 개별 보수도 일반에 공개된다.
미국과 일본,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금융회사 또는 상장사들이 임원 보수를 개별적으로 공시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재무책임자(CFO), 최고액 연봉자 3명에 대한 보상프로그램과 기본급, 보너스, 옵션 등을 자세하게 기록한 보상요약표를 공시하도록 하고 있으며, 일본은 작년에 금융상품거래법령 개정을 통해 연 보수 총액이 1억엔 이상인 상장사 임원의 기본급, 스톡옵션, 보너스, 퇴직보상 등을 개인별로 공시하도록 의무화했다.
금융연구원 이시연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회사 임직원의 보상과 리스크 부담의 연계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공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해당 임원에 대한 보수 공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본시장연구원 정윤모 연구위원은 "투명한 경영과 정확한 투자판단을 위해 개별 공시를 하는 것이 맞다"며 "개별 공시가 재계에 부담스럽다면 3년 또는 5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상장사협의회 관계자는 "임원의 보수 문제는 경영진과 주주의 문제다. 일반투자자에게 공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 영국 등 선진국에서도 공개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에서 공개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