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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경제성장 보다 경제안정 주력… 상반기 충격 크면 추경 편성할 듯

[재경일보 오진희 기자] 정부가 12일 내놓은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은 미국 경기 둔화와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 확대와 글로벌 경제침체를 고려해 성장보다는 위기관리를 통한 `안정'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유로존 재정위기가 장기화하거나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아 경기가 빠르게 하강하며 큰 충격을 받을 경우, 추경을 편성하는 등 경기 부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경제정책방향에서 정부는 내년이 `준(準)경제위기'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전제 아래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4.5%에서 3.7%로 크게 하향조정했다.

또 수출 증가율이 올해 19.2%에서 내년 7.4%로 둔화되고 실적이 크게 악회된 기업들이 설비투자도 주저할 것으로 봤으며, 취업자 증가폭이 40만명에서 28만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내년 경제정책방향으로 내건 슬로건은 '경제활력 제고와 서민생활 안정'이다. 이는 위기를 전제로 위기관리체제를 본격가동한 것이다. 중소기업 흑자도산을 막기 위한 긴급 유동성 지원제도인 패스트트랙 프로그램이나 기업구조조정 세제 지원을 연장한 것은 리먼 당시를 떠올리게 하는 정책이다.

정부는 경제활력을 제고하기 위해 투자환경을 개선해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고 서비스업·중소기업·자영업 등의 경쟁력을 높여 내수기반을 넓혀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거시정책은 유연성과 탄력성에 중점을 뒀다. 물가안정을 바탕으로 경제활력을 높일 수 있도록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운용하겠다는 것이다. 시중 유동성도 물가안정이 지속하도록 하되, 원활히 공급될 수 있도록 탄력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대외여건 악화와 변동성 확대에 선제로 대응하고 국내경제의 체질을 강화하고 활력을 높이는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정책 코드는 위기관리에 맞추되 내수에 무게를 둔 것이 특징이다. 수출은 외부 변수에 달렸지만, 내수는 정부의 정책 의지로 어느 정도 관리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내년 성장률 3.7%의 기여도를 내수 2.9%포인트, 순수출 0.8%포인트로 전망한 것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재정 측면에서는 내년 경제가 상저하고(上低下高) 패턴일 것이라는 전망 하에서 상반기에 60% 안팎의 조기집행을 추진한다. 이는 이미 올해 11~12월에 쓰지 않거나 내년으로 넘기는 예산을 최소화해 50조원 가량의 재정을 푸는 연장선상에서 이뤄진다.

투자에서는 제도 개선으로 유인을 제공하는 데 역점을 뒀다. 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하는 외국인투자기업 지원제도를 국내기업에도 적용하는 방안, 국외에 나갔다가 국내로 들어오는 'U-턴' 기업에 대한 지원 제도가 대표적이다.

내수산업의 기반인 서비스업을 키우려는 노력도 반영됐다.

경제 위기에 가장 쉽게 노출돼 타격을 받는 서민과 취약계층에 대해선 일자리를 늘리고 사회안전망을 넓게 펼쳐 돕기로 했다.

일자리 대책은 주로 청년층에 맞춰졌고, 공공기관의 솔선수범이 강조됐다. 공공기관 중심으로 신규 채용을 40% 늘리고 신규 채용 가운데 고졸자 비중을 단번에 20%로 확대해 민간 분야에까지 분위기를 확산하겠다는 것이다.

취약계층을 위해 재정을 투입하는 일자리는 올해 54만개에서 내년 56만개로 늘리고 지역일자리사업도 연장된다. 고용 창출을 유도하는 쪽으로 세제나 금융제도도 바꾼다.

서민에게 희망을 주고자 장기펀드에 대한 세제혜택을 신설해 자산 만들기를 돕고, 무주택 서민이 주택을 살 때 장기ㆍ저리ㆍ고정금리 대출상품을 공급하는 주거지원 제도도 도입된다.

이런 가운데 내년 상반기에 예상보다 충격이 커진다면 경기의 추가 하락을 막거나 부양하기 위한 대책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 나오고 있다. 3년 만에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기대하는 것이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추경 가능성에 대해 "지금으로선 상반기에 조기 집행하는 정도가 적정하다. 물론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은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