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국내 은행들이 유럽 재정위기 확산에 대비해 외화의 단기차입은 줄이고 중장기 차입은 늘이는 등 외화 차입구조를 대폭 개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란 학습효과로 은행들의 대외 위기에 대한 대처 능력이 크게 개선되었다는 평가다.
금융감독원은 11월 중 지방은행을 제외한 12개 은행의 1년 이상 중장기차입 차환율(만기연장비율)은 179.0%로 늘어났고, 1년 이내 단기 차입금의 차환율은 95.9%로 감소했다고 13일 밝혔다.
차환율이 100%를 초과하는 것은 기존에 빌린 돈 외에 새로 자금을 들여왔다는 의미고, 100%를 초과하지 않는다는 것은 기존에 빌린 돈 일부를 상환했다는 의미다.
은행들이 중장기 외화는 차입하고, 단기 외화는 상환에 나선 것이다.
금감원은 "국내 은행들이 중장기 외화자금을 확보해 단기차입 만기 도래액 일부를 상환했다"며 "차입구조가 중장기화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현상이다"고 평가했다.
중장기 외화 차입금이 급증한 것은 단기 자금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2007년 환란 당시와 대조적이다. 은행들이 환란학습 효과로 위기 시에는 단기 외화는 줄이고 중장기 외화는 늘린 것으로 보인다.
국내 은행들의 외환건전성 지표도 양호한 수준이다.
잔존만기 3개월 이내 외화자산을 3개월 이내 외화부채로 나눈 3개월 외화유동성 비율은 103.5%, 잔존만기 7일 이내 외화자산에서 7일 이내 외화부채를 뺀 수치를 외화총자산으로 나눈 7일 갭비율은 1.7%인 것으로 나타났다. 1개월 갭비율은 0.5%다.
외화유동성 비율, 7일 갭비율, 1개월 갭비율의 지도기준은 각각 85%, -3%, -10% 이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내은행은 외환건전성 지도비율을 모두 충족하고 외화차입도 원활하지만 유럽 재정위기 확산 우려가 남아 있어 외화유동성 현황 점검을 강화할 계획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