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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주민 기름유출 4년 지났는데 건강상태 '위험'

[재경일보 배규정 기자] 충남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한 지 4년이 지나 그동안 정화작업을 벌였음에도 사고해역 인근 주민의 건강상태가 폐금속광산 지역 주민보다 더 나쁠 정도로 여전히 좋지 않다는 추적조사 결과가 나왔다.

14일 태안환경보건센터가 공개한 '방제지역 주민 건강영향지표 추적조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0~11월 측정한 태안 방제지역 주민 271명의 소변에서 측정한 말론디알데하이드(MDA) 농도는 평균 2.40μmol/g-크레아티닌으로 폐금속광산 주민보다 1.5~2배 높고 공단 인근 주민보다는 3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조사한 시화ㆍ반월공단 주민의 평균 요중 MDA 농도는 0.72μmol/g-크레아티닌이었다.

MDA는 세포막의 지질과 활성산소가 반응해 만들어지는 지질 과산화물로, 세포와 조직에 염증이 일어나는 '산화 스트레스'를 나타내는 지표로 널리 쓰인다. 이 물질은 그 자체로 세포막과 DNA에 장애를 주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또 다른 산화 스트레스 지표로 DNA의 손상 정도를 나타내는 8-하이드록시-2'데옥시구아노신(8-OHdG)의 농도 역시 5.61㎍/g-크레아티닌으로 폐금속 광산주민(2.78 ㎍/g-크레아티닌)이나 호흡기질환자(3.08㎍/g-크레아티닌)의 갑절 수준이었다.

이는 2009년 2~4월 측정한 방제지역 주민의 8-OHdG 평균 농도(5.87㎍/g-크레아티닌)와 비교해 별다른 차이가 없어 시간이 지나도 사고해역 인근 주민의 건강상태가 크게 회복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에서 태안환경보건센터는 "지속적으로 산화 스트레스가 일어나면 면역체계의 이상을 가져오거나 심하면 암을 유발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며 "사고 초기에 나타나지 않은 건강영향이 시간이 지난 후에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이를 예측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접근방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태안환경보건센터는 오는 1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유류오염 피해지역 주민의 중장기 건강영향관리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리는 토론회에서 이 같은 추적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토론회에서는 지영구 단국대 교수가 기름유출이 태안 지역 어린이의 호흡기관에 미친 영향에 대한 조사결과도 내놓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