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영은 기자] '이국철(49·구속기소) SLS 회장 폭로 의혹'을 조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심재돈 부장검사)는 SLS그룹으로부터 일본 출장 중 접대를 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박영준(51) 전 국무총리실 차장을 14일 소환해 밤늦게까지 조사했다.
검찰은 박 전 차장과 엇갈린 진술을 하고 있는 SLS그룹 일본 현지법인장 권모씨를 이날 동시에 불러 대질조사했다.
박 전 차장은 "술자리는 2차까지였고 술값은 평소 알던 지인이 냈다"며 의혹을 계속해서 부인하고 있고, 검찰은 "3차 술자리가 있었고, 술값도 냈다"는 SLS 일본 법인장의 진술과 법인카드 내역 등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접대 의혹에 대해 SLS 측과 박 전 차장의 주장이 극명하게 상반된 가운데 검찰이 현장에 있던 당사자들을 모두 조사함에 따라 곧 진실이 가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이날 박 전 차장을 상대로 지난 2009년 5월22일 국무총리실 차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일본에 출장 갔을 때 저녁자리에서 있었던 사실관계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확인했다. 특히 박 전 차장 일행의 2차 자리는 어떻게 이뤄졌고 누가 계산했는지, 박 전 차장 일행이 3차 자리에 동행했는지, 술값은 누가 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따졌다.
박 전 차장은 검찰 조사에서 "권씨와 2차 자리에 우연히 동석하기는 했지만 자신의 지인인 H인터내셔널 상무 강모씨가 비용을 계산했으며, 3차 자리에는 다음날 아침 일정 등을 고려해 가지 않은 것으로 기억한다"는 기존 진술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앞서 권씨로부터 당시 술자리는 과거 같은 직장에 다녀 알고 지내던 청와대 비서관 김모씨의 주선으로 마련됐고, 이 회장에게 박 전 차장을 접대한다는 사실을 보고한 뒤 재가를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권씨는 2차를 마치고 박 전 차장 일행과 함께 3차 자리에 간 뒤 술값 20만엔(297만원)을 자신이 직접 SLS 법인카드로 지불했으며, 출장 중 박 전 차장 일행이 타고 다닌 고급승용차 렌터비 10만엔(148만원)도 부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술자리에 함께 있었던 전 청와대 비서관 김 모 씨가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에도 박 전 차장이 관련됐는지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
한편, 박 전 차장은 이날 오후 3시45분 변호사와 함께 서초동 서울검찰청사에 나와 '술자리 접대를 받은 사실을 부인하느냐' '3차 술자리를 가지 않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사실관계를 당당히 밝히겠다"고 답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이국철(49) SLS그룹 회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박 전 차장은 이날 고소인 자격으로 검찰에 출석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박 전 차장의 일본 출장 때 총리실 측 연락을 받고 SLS그룹 일본 현지법인장 권모씨에게 지시해 400만~500만원 상당의 접대를 했다고 지난 9월 폭로했으며, 박 전 차장은 즉각 의혹을 부인한 뒤 이 회장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