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안진석 기자] 유럽 재정위기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한국경제의 위험을 나타내는 지표들도 일제히 상승하고 있다.
국가 부도위험 수준을 나타내는 한국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유럽연합(EU) 정상회담을 전후로 해 유럽 위기감이 다시 고조되기 시작한 이후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고, 불안감을 느낀 외국인은 증권시장에서 연일 돈을 빼내가고 있다.
금융시장 불안은 실물 경제로 확대돼 내년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 CDS 프리미엄·외평채 가산금리 다시 상승세
18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CDS 프리미엄은 16일 현재 159bp(1bp=0.01%)로 지난 7일(141bp) 이후 계속해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경기둔화 우려와 유럽 재정위기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지난 8월5일(117bp) 당시와 비교하면 40bp 이상 높은 것이다.
미국의 더블딥에 대한 우려가 점점 자취를 감추고 유럽 재정위기 해결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계속해서 낮아졌지만, 다시 반등하기 시작한 것이다.
외평채 가산금리(2019년 만기물)도 지난 7일 121bp에서 계속 상승세를 보이며 15일 128bp까지 올랐다.
외평채 가산금리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유통되는 한국 정부채권의 수익률로, 미국 재무성 채권에 대한 가산금리로 표기되며 신인도가 개선될수록 낮아진다.
이 기간 원·달러 환율도 1,126.1원에서 1,158.6원으로 올랐다.
이처럼 각종 지표들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유럽 은행들이 신용등급이 무더기로 강등된 가운데 유럽 국가들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도 커지는 등 유럽에 대한 불안감이 다시 점점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 외국인 주식·채권 투자 회피… 자금이탈 계속
유럽 재정위기 우려로 인해서 국내 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의 자금이 계속해서 빠져나가고 있다. 채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의 재투자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16일까지 외국인은 주식시장에서 6천6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미국이 거의 대부분인 약 6천억원어치를 팔아치웠고 독일, 프랑스, 룩셈부르크 등 유럽 국가들도 매도 우위를 보였다.
채권시장에서는 4조3천억원의 외국인자금이 순유출됐으며, 이 가운데 미국 자금이 2조5천억원, 유럽계 자금이 1조8천억원이었다.
이런 가운데 유럽 은행들의 잇따른 신용등급 강등으로 한국에서의 외국인자금 이탈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 내년 경제성장률도 하향조정
미국 경기 회복 둔화와 유럽 재정위기로 세계 경제가 타격을 받아 국내 수출 사정 등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잇따라 하향조정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3.4%로 전망했는데 이는 올해 전망치보다 0.4%포인트 낮은 것이다.
지난달 대(對)유럽연합(EU) 수출은 40억달러, 수입은 44억달러로 약 3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수출이 재정위기 여파로 10월(-20.35%)에 이어 -5.1%를 보여 두 달 연속 감소했다.
이에 따라 산은경제연구소는 최근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3.8%, 내년 3.5%로 각각 제시했으며, 정부와 한국은행은 내년 경제성장률 기대치를 올해(3.8%)보다 낮은 3.7%로 내다봤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시중은행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년 경제 성장에서 내수의 기여도가 커질 것"이라며 "올해는 3.8% 성장 중 수출이 2.1%포인트를 기여했다면 내년에는 3.7% 중 내수가 2.1%포인트를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