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조선·철강·LCD, 내년 구조조정 본격화될 듯

[재경일보 이호영 기자] 내년 미국 경기 침체와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선진국의 경제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국내 기업에 구조조정의 폭풍이 불어닥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선, 철강, LCD 등의 분야에서 부도, 사업구조조정, 감원 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들 산업은 지난 수년간 경쟁적인 설비투자로 과잉 공급상태에 있는 분야는 적지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기 한파로 이들 업종의 일부 업체들은 이미 퇴출 위기에 직면했다.

18일 관련업계와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에 따르면,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글로벌 경기부진은 내년부터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최근 위험도가 가장 커진 대표적인 업종으로 조선을 꼽고 있다.

실제로 조선분야의 경우, 호황기였던 2007∼2008년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업체들로 인한 공급과잉과 극한 경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유럽위기까지 맞물리면서 크게 흔들리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선박금융을 하고 있는 유럽 금융기관들의 자금줄이 마르면서 조선업계는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면서 한국 조선업계는 위기감에 휩싸여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전 세계 선박 건조량의 38%를 차지하는 중국의 작년 선박건조량은 전년 대비 170% 증가했다. 중국 조선소의 주력 선종인 벌크선, 유조선의 선가 약세는 지속하고 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선박시장은 엄연한 과잉 상태에 있어 조선ㆍ해운에 걸쳐 대폭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며 "아시아 3국의 상선 건조능력이 앞으로 40.7% 감소할 것이며 한국업체들의 건조능력도 34.4%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 대형사는 해양플랜트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으나 중·소형사의 상황은 여의치 않다. 수주잔량 기준으로 세계 8위 조선사이자 비상장사 업체 중에는 가장 규모가 큰 성동조선해양도 2009년에 1천413억원, 작년에 4천653억원의 적자를 냈다.

수익성 및 재무구조가 계속해서 악화되는 등 이미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철강분야는 내년에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S&P는 올해 10월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낮췄으며, 무디스는 현대제철의 Baa3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꿨다.

국내 철강업계뿐만 아니라 US스틸, 신일본제철, JFE 등 세계 주요 철강업체 신용등급도 2008년 이후 1~2단계 낮아졌다. 미국, 유럽에서도 과잉설비로 인해 산업내 구구조정 필요성이 대두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럽 재정위기와 중국의 부동산 규제로 선진국 및 신흥국의 철강수요 감소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전방산업이 자동차산업인 업체들보다는 건설업체 납품 비중이 높은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LCD분야에서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내년에 중소 관련 장비업체들과 부품업체들이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

대우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선진국 LCD TV수요 부진으로 세계 LCD업체의 가동률은 70%까지 하락했다.

지난달에는 대만정부가 자국 LCD 업체들의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있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이들 업체는 은행 차입금을 연장하기도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업체보다는 낫지만 국내 업체들도 고전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LG디스플레이는 3분기 영업손실 4천921억원을 기록해 4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어 증권가에서는 올해 영업손실이 9천억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 LCD 부문의 영업이익도 올해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이밖에 건설, 저축은행 등 다른 취약업종에도 추가적인 구조조정 바람이 불어닥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