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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경제 개혁개방 나서나… 관심 집중

[재경일보 김영은 기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사실상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된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앞으로 적극적으로 북한의 개혁·개방에 나설 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2일 북한경제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스위스에서 교육을 받아 선진 경제에 익숙하다는 점, 그동안 대외개방과 외자유치 사업에 큰 비중으로 관여해왔다는 점 등을 들어 개혁개방 노선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리고 북한이 김정은 체제에서 개혁·개방에 나설 경우 남북교역이 확대되는 것은 물론 광물자원 조달이 원활해져 기업에도 도움을 줄 수 있어 한국경제에도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김정은이 본격적인 대외개방에 나서기에는 권력 기반이 약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 "김정은, 경제 개방에 나설 것"

김정은이 개방정책을 선택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과거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먼저, 이들은 김정은이 과거 스위스에서 교육을 받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 경제를 개혁으로 이끈 덩샤오핑(鄧小平)도 외국 생활 경험이 있었다.

김정은이 정치무대에 등장한 이후 경제정책에 변화가 있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북한에서 첨단과학의 선구자로 떠오른 김정은은 대외개방과 외자유치 사업에 상당히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현재 극동 러시아 가스전의 한국 연결사업과 라진·선봉 경제특구 창설, 서해안·동해안 벨트 공업지구 개발 등 국경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김정은이 의존할 수 있는 장성택 김경희 부부가 북·중 경제협력 실무를 총괄하는 등 경제에 전향적인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점도 기대를 모으는 요소라는 평가다.

◇"개혁·개방 추진 어려워"

그러나 김정은 체제가 과감한 개혁개방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북한 체제가 오랜 세월 유지해온 폐쇄성과 단절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개혁·개방이 체제 안정성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어 권력 기반이 약한 김정은에게는 개혁·개방에 나서는 것이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또한 김정은의 노선도 아직은 완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그가 스위스에서 유학한 경험이 있다는 것만으로 개혁개방 지향적일 것이라고 보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개혁·개방하면 한국경제에 호재

북한이 본격적으로 개혁·개방에 나선다면 한반도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북한 리스크가 크게 줄어드는 것은 물론, 남북 경제 규모의 차이가 줄어들 수 있어 통일에 있어서도 유리하다.

한국경제에도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먼저 사실상 중단되다시피 한 남북경협이 활성화되고 남북 교역액이 크게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남한과 북한의 교역액은 올해 들어 급감하는 추세다. 올해 1~10월 남북 교역액은 14억2천522만달러로 전년 동기의 16억3천19만달러보다 12.6% 감소했다.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광물자원 조달에도 유리하다.

북한에는 철과 아연, 중석, 마그네사이트, 흑연, 석회석 등 경제적으로 유용한 광물 40여종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마그네사이트 매장량은 세계 1~2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현재 이들 광물자원의 약 80%를 중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 개혁·개방으로 중국 경제 예속 가속화도 가능

그러나 북한이 개혁·개방에 나서는 것이 한국경제에 득이 되는 것보다 오히려 대중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중국 경제에 예속될 우려가 더 크다는 지적도 있다.

지금처럼 남북간 경제협력의 연결고리가 없는 상황에서 북한의 개혁·개방이 이뤄지면 대중국 의존도만 높아져 한국경제에는 별반 도움이 안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북중 교역액은 이미 남북 교역액의 3배 수준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제 논리에 앞서 정치적인 대결 구도가 먼저 해소돼야 하는 이유다.

금융연구원 이명활 국제거시금융연구실장은 "북한이 개혁·개방에 나서면 중국이 가장 큰 수혜자가 될 수 있다"며 "한국 정부가 적극적인 대외 개방정책을 통해서 북한을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