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고명훈 기자] 북한이 남측의 조문단을 모두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혀 남북(南北)·남남(南南)간 갈등의 새로운 불씨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당초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과 관련 외국 조의대표단은 일절 받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우리측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조의 방문을 허용한 것이다. 김 위원장에 대한 조문단 수용을 통해 남한 내 갈등을 조장하는 한편 향후 남북관계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의 대남선전용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는 23일 '남측 조객들에 대한 우리의 성의있는 조치'라는 글에서 "우리의 해당 기관에서는 조의 방문을 희망하는 남조선의 모든 조의 대표단과 조문사절을 동포애의 정으로 정중히 받아들이고 개성 육로와 항공로를 열어놓는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이 사이트는 "체류기간 남조선 조문객들의 모든 편의와 안전은 충분히 보장될 것"이라며 "이것은 대국상의 슬픔을 함께 나누려는 남조선 각 계층의 뜨거운 추모의 마음에 대한 우리의 예의와 성의 표시"라고 설명했다.
특히 우리민족끼리는 "남조선 당국은 그것(조문)이 앞으로 북남관계에 미칠 엄중한 영향을 생각해야 한다. 지금 북남관계는 중대한 기로에 놓여있다"며 "남조선 당국이 어떻게 나오는가에 따라 북남관계가 풀릴 수도 완전히 끝장날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의 유족에게만 조문을 허용하는 제한적 조문 승인 방침이어서 경우에 따라서는 남북 간에 새로운 갈등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 22일 여야 교섭단체 대표·원내대표와 한 회담에서 "우리가 이런(조문) 문제를 갖고 흔들리면 북한이 남남갈등을 유도할 수도 있다"며 "이번에 조문을 예외적으로 인정한 것은 답방 기준으로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일부 민간단체는 자체적으로 조문단을 구성해 방북할 계획이어서 정부의 승인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 위원회는 조문단 구성에 착수키로 했고, 한국기독교회협의회(NCCK)도 북한 조선그리스도교연맹으로부터 조문단 파견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을 받고 정부에 조문단 방북신청을 할 계획이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은 통합된 민간조문단을 구성해 파견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정부와 협의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자칫 조문단의 방북과 관련해 보수와 진보의 남남 갈등이 불거질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북한은 22일 판문점 적십자 채널을 통해 김 위원장에 대한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조문 방북을 수용하겠는 뜻을 전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