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유럽 재정위기로 선진국은 물론 중국 등 신흥국 은행들의 신용위험마저 경제의 경착륙 우려 등으로 두세 배 급등했지만 국내 은행들의 신용위험 상승률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치는 등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2년 유럽계 은행들이 본격적인 디레버리징(부채축소)에 나서면서 신흥국들로 위기가 전염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지만 한국은 이런 가운데서도 계속해서 `안전지대'에 머무를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주요국 신용위험 급등세 속 한국은행 `선방'
27일 국제금융센터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말 이후 한국계 은행들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평균 70% 가량 상승했다.
국내 4대 은행의 지난해 말부터 지난 20일까지 CDS 프리미엄 상승률을 보면, 우리은행 62.9%, 신한은행 64.6%, 하나은행 65.7%, 국민은행 70.1%를 기록하고 있다. 국책은행들은 기업은행 75.4%, 수출입은행 76.1%, 산업은행 79.2%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보다 60~70% 가량 올랐지만, 이러한 상승률은 미국, 이탈리아, 프랑스 등 선진국은 물론 중국, 인도 등 주요 아시아 국가보다 낮은 것이다.
이 기간 이탈리아 최대은행인 유니크레디트 은행은 192%, 프랑스 최대 은행인 BNP파리바는 148% 상승했으며, 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미국계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도 각각 163%, 152% 치솟았다.
아시아에서도 일본 미쓰이스미토모은행(SMBC)이 무려 225% 급등한 것을 비롯해 인도 최대 민간은행인 ICICI가 147%, 중국의 4대 국유상업은행인 중국은행이 125% 올랐다.
◇한국 유로존 의존도 낮아 유럽계 은행 디레버리징 태풍 비켜갈 듯
세계 경기가 올해보다 내년에 더 악화되면서 유럽계 은행들의 디레버리징이 불가피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유럽발 태풍의 충격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우리나라가 유로존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중유럽이나 중남미 국가들보다 유럽계 은행들의 디레버리징으로 받는 타격이 상대적으로 덜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외국인 포트폴리오자금 유입액 중 유로존 비중을 보면 한국은 21.61%로, 주요 신흥국 15개국 가운데 11번째로 작다. 해당 비중이 가장 큰 나라는 최근 신용등급이 `정크'로 강등된 헝가리다.
우리나라의 유로존 단기채권 투자 비중도 4.23%로 16개국 중 12위를 차지했다.
총수출 대비 유로존 수출 비중 역시 16개국 중 12위인 8.1%였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유로존 수출 비중은 3.7%에 그쳤다.
한국의 유로존 은행에 대한 차입의존도는 약 20%로 헝가리, 체코, 폴란드 등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골드만삭스는 "유로존의 디레버리징이 심화하면 헝가리, 체코, 폴란드 등 중유럽 3개국과 영국, 중남미 일부 국가가 가장 취약할 것이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평가했다.
* 신용부도스와프(CDS)
CDS는 채권을 발행한 기업이나 국가 등이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해주는 금융파생상품이다. CDS 프리미엄이 높아졌다는 것은 신용도가 나빠져 채권을 발행할 때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