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고명훈 기자] 경제위기 상황에 경제법안 국회서 무더기 사장위기
유럽 재정위기로 한국경제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지만 경제문제 해결을 위한 주요법안들은 국회에서 제대로 된 심의조차 못 받고 있다.
국회가 법안 심의보다 정쟁에 몰두하면서 각종 경제 관련 법안들이 뒷전으로 밀렸기 때문이다.
국회에 계류된 법안은 이번 임시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내년 2월 한 달 정도 밖에 처리할 시간적 여유가 없어 자동으로 폐기될 수 있다. 4월부터는 총선 정국이 시작돼 5월 18대 국회의원 임기가 끝날 때까지 발이 묶이기 때문이다.
28일 법제처와 국회사무처 등에 따르면 올해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농림수산식품부,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국토해양부 등 경제 부처가 발의한 경제 법안 108건 중 국회를 통과한 것은 11건에 불과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비롯한 경제 5단체가 지난달 초 조속한 입법을 촉구한 법안 33건 가운데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1건밖에 없다.
이들 법안 중에는 가업상속공제 한도를 높이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과 다주택자에게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허용하는 소득세법 개정안, 의료특구 지정과 특구 내 영리법인의 의료기관 개설을 허용하는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 개정안도 포함돼 있다.
이들 가운데 관광숙박시설 확충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안은 지난 23일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나머지 법안들은 아직 상임위에 발이 묶인 상태다.
시민단체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경제 법안들도 발이 묶여 있기는 마찬가지다.
참여연대가 지난 9월 정기국회 입법 과제로 지목한 경제ㆍ조세정책 분야 법안 8건 가운데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1건도 없다.
참여연대는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를 근절하고 부유층에 대한 추가 감세를 막기 위한 상법, 공정거래법, 소득세법, 상속세 및 증여세법 등의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와 재계, 시민단체의 관심이 쏠린 경제 법안들이 표류한 주원인은 정치권이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둘러싼 갈등으로 경제 현안에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정부가 발의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의 경우 지난 9월 말 국회에 제출됐으나 한미 FTA 논란으로 조세소위원회가 중단돼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업 성장과 민생문제 해결에 직결된 경제 법안들이 해를 넘기고 심지어 폐기될 가능성마저 커지자 재계와 시민단체는 정치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방안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민생 법안들이 또다시 통과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지만 마지막까지 입법을 촉구하겠다"며 "국회가 직무유기를 계속할 경우 여러 단체와 연대해 총선 전에 정치권에 대한 심판을 경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