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호영 기자] 외국 기업을 사들이는 국경간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한국이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을 넘어서 세계 10위권의 `큰 손'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계속되는 재정위기로 인해 유럽 국가들이 알짜배기 기업들을 무더기로 매물로 내놓은 반면, 국내 기업들은 이들 기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선 결과다.
특히 최근 5년간 M&A 금액이 무려 51배나 늘어나 한국 기업들의 외국 기업 M&A가 공격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에 국내기업에 의한 외국기업 M&A 금액은 112억 달러를 기록했다.
M&A 금액은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68억 달러로 급감했지만 2010년 119억 달러로 회복한 뒤 계속해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 주요국과 비교해도 M&A 시장에서 한국의 성장세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연합무역개발협의회(UNCTAD)에 따르면, 국내기업의 외국기업 순 M&A 매수 규모는 거래대금 기준으로 2005년 약 1억9천만 달러에서 2010년 99억 달러로 5년간 무려 51배나 급증, 증가 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국내기업의 외국기업 매수 금액에서 국내기업의 외국 계열사 매각 금액을 뺀 순투자 금액이다.
M&A 규모는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39억 달러로 급감했지만 2009년 70억 달러로 회복했고, 2010년에는 전년보다 42.6% 증가해 99억1천5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한국은 또 매수 규모에서 세계 10위,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7위를 기록하며 유럽의 주요국들을 앞질렀다. 유럽 지역에서 한국보다 외국기업 매수액이 많은 나라는 네덜란드와 스위스 뿐이었다.
특히 2009년에 각각 416억 달러, 244억 달러 어치 외국기업을 사들이며 1~2위를 차지했던 프랑스와 독일은 2010년에는 72억 달러, 71억 달러에 그치며 1년만에 M&A 규모가 급감한 것은 물론 한국에도 미치지 못했다.
재정 위기국인 이탈리아와 포르투갈은 기업 인수보다 매각이 더 많아 각각 53억 달러, 89억 달러 어치를 매도했다. 영국도 41억 달러의 매도 우위를 보였다.
반면에 아시아 국가들은 적극적으로 외국기업 사냥에 나서 일본과 중국이 각각 310억 달러, 292억 달러의 매수를 기록했고, 인도도 264억 달러 규모로 외국기업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시장연구원 안유미 연구원은 "최근 국내기업의 외국기업 M&A가 급격히 늘고 있다"며 "풍부한 현금을 바탕으로 외국기업 인수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재정 위기 등으로 인한 세계 경제 불안을 기회로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성표 수석연구원은 "국내 경제의 성장률이 낮아져 M&A를 통한 외적 성장이 더 중요해졌다.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을 적절하게 평가해 싼값에 인수하는 것은 지속 성장의 중요한 수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