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안진석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부처별 물가안정책임제를 지시하는 등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물가가 계속해서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특히 물가안정책임제 시행 일주일 만에 고추, 마늘 등 채소류 가격이 치솟으면서 `고추 국장`(여인홍 농식품부 유통정책관)을 비롯한 담당 공무원들은 긴장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책 규정은 없으나 해당 품목에 대해 물가안정 담당자로 임명된데다 대통령의 물가 안정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정책이어서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물가안정에 실패할 경우 그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 `쌀 국장`(김현수 농식품부 식량정책관), '고기국장'(권찬호 농림수산식품부 축산정책관), '가공식품국장'(곽범국 식품산업정책관) 등 가격이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쌀, 축산물, 가공식품 담당 공무원들은 다소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10일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풋고추(상품) 100g의 소매가격은 9일 현재 1천185원으로 연초보다 181원(18.1%) 상승했고, 청양고추(상품) 100g은 1천274원으로 291원(29.6%)이나 급등했다.
깐마늘 1kg 가격도 6천804원으로 4.1% 올랐고, 양파는(중품) 1kg 값이 1천40원으로 2.0% 상승했다.
농식품 가격은 이란 사태에 따른 유가 불안이나 기상 이변 등으로 수시로 급변할 수 있어 담당 공무원들은 한시도 방심할 수 없는 형편이다.
여인홍 유통정책관은 "채소는 쌀과 달리 산지 기후 등 불가항력 요인에 따라 수시로 가격이 급변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마늘과 양파는 정부 비축물량이 있지만 배추와 고추는 국내 공급에 의지하는 비중이 크고 작년 8월 집중강우로 고추 공급이 30% 급감한 영향권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반면 쌀이나 축산물 가격은 올해 들어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식량정책관과 축산정책관 등 담당 국장들이 다소 안도하고 있다.
한우 등심(1등급) 100g 가격은 6천114원으로 연초보다 5.1% 하락했고, 불고기도 3천114원으로 1.4% 내렸다. 삼겹살 100g은 1천929원으로 5.1% 떨어졌고, 닭고기 1kg은 4천904원으로 11.3% 급락했다.
쌀(일반계)도 20kg 가격은 지난해 말 이후 4만3천933원을 유지하고 있으며, 한 달 전에 비해서는 0.5% 떨어졌다.
쌀 담당인 김현수 식량정책관은 "쌀은 연간 350만t이 대량 소비되는 만큼 가격 변동성이 작다"고 말했다.
식품산업정책관이 맡은 우유, 설탕 등 가공식품의 가격도 비교적 안정적이다.
곽범국 식품산업정책관(가공식품 담당)은 "제품 가격 인상 유보를 두고 업계와 조율하는 등 필요한 부분이 있지만 신선식품에 비해서는 아무래도 스트레스를 받는 강도가 덜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농민들이 고기와 채소 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있어 물가관리는 당분간 계속해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보인다.
전국한우협회가 지난 5일 청와대 앞 집회를 추진한 데 이어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11일 32개 시군에서 모은 쌀 1천776t을 청와대에 보내는 시위를 열 예정이다.
전농은 물가안정책임제 폐지와 함께 쌀, 무, 콩, 배추, 한우 등 기초 농산물 수매제도 도입 등을 요구할 방침이다. 전농은 특히 물가책임제 시행 이후 농산물 수입 급증으로 농산물 가격이 폭락할 수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밥쌀용 쌀 21만t을 조기에 수입하고 돼지고기, 우유 등은 할당 관세를 적용해 수입을 늘릴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물가담당관들이 받는 `물가 스트레스` 강도는 설 명절을 앞둔 20일까지가 최대치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설 명절을 대비해 쌀 사과 배 쇠고기 돼지고기 달걀 등 농ㆍ축ㆍ수산물과 미용료 목욕료 찜질방이용료 등 개인서비스 품목, 밀가루 설탕 라면 우유 맥주 도시가스요금 등 생필품 등 설 전까지 중점 관리할 물가 품목을 발표했다.
* 물가안정책임제
물가안정책임제는 정부 부처 국·실장급 고위 간부들이 쌀, 배추 등 특정 품목의 물가를 전담하는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