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영은 기자] 이란의 우라늄 농축 착수와 미국과 EU의 이란산 석유 금수 조치, 이에 반발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 등으로 걸프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 3국이 분주한 중동 외교 행보를 보이고 있다.
3국의 총리와 외무장관 등이 중동의 주요 원유 공급국을 방문해 이란산 석유 금수 조치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일어날 수도 있는 석유대란에 대비하고 있다.
3국 중에서 일본이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일본 외상은 지난 5일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터키 등 중동 국가들에 대한 순방에 나서 원유 공급 확대 약속을 받아내고 있다.
겐바 외상은 지난 8일 카타르에서 원유를 필요한 만큼 추가 공급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데 이어 UAE로부터도 원유 공급을 늘리겠다는 확약을 받았다.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이란산 석유 금수 조치에 동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일본은 UAE 외에도 사우디아라비아에 원유 추가 공급을 요청했으며, 관련 세부 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전문 기술진을 양국에 파견할 예정이다.
중국도 일본에 이어 대(對) 중동 석유외교에 나선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직접 나서서 14∼19일 엿새 동안 사우디, UAE, 카타르 중동 3국을 차례로 방문한다.
류웨이민 외교부 대변인은 "원 총리는 3국 정상과 회담을 하고 중국과 아랍 관계 발전을 도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중국 최고 지도자가 중동 국가를 방문하는 것은 지난 2009년 후진타오 주석이 사우디를 방문한 이래 3년 만이다.
원 총리의 중동 방문은 이미 예정됐던 일정이지만 최근 호르무즈 해협에서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이 지역에서 중국이 원유 수입을 늘리는 방안도 거론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발표는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이 이란 석유수출 제재에 중국을 동참시키기 위해 베이징을 방문한 날 나왔다.
중국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이란산 석유 금수 조치 움직임에 명시적으로 반대해 왔다.
중국 외교부의 류웨이민(劉爲民) 대변인은 지난 5일과 9일에 이어 11일 정례브리핑에서도 이란 추가 제재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을 재차 천명했다.
그러나 미국의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급히 중국을 방문하면서까지 요구하는 이란 석유 금수를 중국이 외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에 따라 중국도 일본과 같이 주요 산유국들을 상대로 안정적인 원유 수입을 보장을 받으려는 노력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한국의 중동 외교 행보도 바빠졌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세계미래에너지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오는 12일 중동 순방길에 오른다.
그러나 오만(13∼15일)과 UAE(16∼18일)를 차례로 방문할 뿐 우리나라의 주요 원유 수입 대상국인 사우디와 쿠웨이트, 카타르 등은 순방국에서 빠져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다른 주요 인사의 방문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국 정부는 사실상 이란산 석유 금수조치를 의미하는 미국의 국방수권법에서 예외를 인정받기 위해 노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11일 "UAE와 오만 모두 우리나라의 주요 원유·천연가스 공급국으로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기반 구축이 이번 순방의 주요 목표 중 하나"라면서 미국의 국방수권법에 대해서는 "각 부처별로 다양한 각도에서 대응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