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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BBK 김경준 기획입국설 '가짜편지' 수사착수

[재경일보 김영은 기자]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BBK의혹'을 제기한 김경준(46.수감중)씨가 이른바 기획입국설의 근거가 됐던 '가짜 편지' 작성자라며 치과의사 신명(51)씨 형제를 고소한 사건에 대해 검찰이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이 5년만에 다시 ‘BBK 의혹’에 대해 조사에 나선 가운데, 조사 결과가 4월 총선을 앞두고 정국에 파란을 몰고 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중희 부장검사)는 '가짜 편지' 사건과 관련해 현재 천안교도소에 수감 중인 김씨를 지난주 고소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고 17일 밝혔다.

김씨는 신명씨와 그의 형 신경화(54)씨가 자신이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와 여권(당시 대통합민주신당)의 사주를 받고 귀국한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 내용의 '가짜 편지'를 만들어 명예를 훼손했다며 지난해 12월 검찰에 고소장을 냈다.

김씨는 검찰 조사에서 "신씨 형제와 함께 고소한 '성명불상'의 배후 세력을 처벌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은 지난 2007년 11월 김씨가 입국하자 당시 청와대와 여당(대통합민주신당)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으며, 그 물증으로 김씨의 미국 수감 동료인 신경화씨가 김씨에게 보냈다는 편지를 공개했다.

편지 내용은 "자네가 '큰집'하고 어떤 약속을 했건 우리만 이용당하는 것이니 신중하게 판단하길 바란다"는 것이었고, '큰집'이 청와대를 상징한다고 해석돼 김씨가 당시 여권에서 모종의 대가를 받고 입국했다는 '기획입국'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가짜 편지 작성자인 신명씨는 지난해 초 "형이 보냈다는 편지는 사실 내가 작성한 것"이라며 조작 의혹을 제기했고, “이명박 대통령의 손윗동서와 최측근이 편지 작성에 관여했다”며 그 배후에 여권 핵심인사와 대통령 친인척이 관여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사실일 경우, 이 대통령과 여권에서는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김씨의 조사 내용과 과거 BBK 수사기록을 재검토한 뒤 조만간 신씨 형제를 불러 사실 관계를 확인할 계획이다.

최근 ‘나는 꼼수다’ 출연진인 정봉주 전 의원이 BBK 의혹 제기로 구치소에 수감된 상황에서 검찰이 5년여만에 수사에 나서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