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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산 원유 수입 감축 이미 시작됐나… 지난해 12월 `반토막'

[재경일보 안진석 기자]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제재 강화 움직임이 본격화된 지난해 12월 우리나라의 이란산(産) 원유 수입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란산 원유를 가장 많이 수입했던 때에 비해서는 반토막이 났고, 14개월 만에 가장 적었다.

이에 따라 이란 제재 흐름에 맞춰 업계가 한 발 앞서 이란산 원유의 도입을 조금씩 줄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유업체들은 일시적 감소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18일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우리나라가 이란에서 들여온 원유는 63만9천t으로 전월(119만6천t) 대비 46.5%, 전년 동월(76만7천t) 대비 16.7% 줄어들었다.

이는 2010년 10월(52만8천t) 이후 가장 적은 양이며, 지난해 월평균 도입량(103만6천t)의 60%, 전월의 46.5%로 갑자기 반토막이 났다. 지난해 월간 도입량은 3월에 134만9천t으로 정점을 찍은 뒤 등락을 거듭하다 하반기 들어서는 7~11월에 5개월 연속으로 100만t을 웃돌았었다.

전체 원유 도입량에서 이란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연간 9.8%를 웃돈 가운데, 월간으로는 7월 9.6%에서 8~11월에 각각 11.4%, 11.1%, 10.0%, 12.0% 등으로 계속해서 높아졌지만 12월에 갑자기 5.9%로 주저앉았다.

12월의 급감에도 이란산 원유 연간 수입량은 1천242만8천t으로 전년 대비 22.5% 늘었으며, 수입액도 전년 대비 67.2% 증가한 93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2월의 이란산 원유 수입 급감에 대해 "재고 수준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인 것 같다"며 "억지로 줄이진 않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정유업계가 장기거래는 유지한 채 현물시장에서 들여오던 이란산 물량을 서둘러 줄인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물량 감축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적은 없다"며 "지난해 12월 16일 정부가 추가 제재안을 발표한데다, 그에 앞선 11월부터 미국의 제재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눈치 빠른 업계가 먼저 움직였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부처의 한 당국자도 "정부가 이란산 원유 감축량을 정하기 전에 정유업계가 선제로 대응한 것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