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영은 기자] 외교통상부가 상장사인 CNK인터내셔널의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권 획득 공시에 앞서 `CNK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회사측의 공시에는 추정매장량이 빠져 있어 CNK 주식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투자자들이 외교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추정매장량은 감사원의 감사결과 사실상 허위사실로 밝혀졌다.
29일 감사원의 `CNK 감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0년 12월17일 오후 2시 김은석 외교부 에너지자원대사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국내 기업이 아프리카에서 대규모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권을 땄다는 문제의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직접 보도자료의 내용을 설명했고, 회사측은 약 한 시간 후인 같은 날 오후 3시경 전자공시시스템에 개발권 획득사실을 공시했다.
당시 김 대사는 "이번 다이아몬드 개발건은 민간 선도, 정부 후방지원 방식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라고 밝혔다.
장중에 정부가 나선 것도 흔치 않은 일이지만, 투자자들에게 상장기업에 대한 투자정보를 제공하는 공시보다 한 시간이나 앞서 정부 부처가 관련 내용을 장중 발표한 것은 더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외교부가 강조했던 '추정 매장량 4.2억 캐럿' 부분은 기업공시에서도 빠진 내용이었다.
공시시스템을 운영하는 한국거래소가 카메룬 대통령의 재가 문서에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CNK가 공시하지 못하게 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
따라서 피해자들이 소송을 낼 경우, CNK에 앞서 정부에 책임을 물을 수도 있게 됐다.
CNK 주가조작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무소속 정태근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CNK와 관련해
피해를 본 소액주주가 사실상 허위공시를 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가능한지에 대한 법률적 검토에 착수, 지인인 2명의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하는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CNK측의 공시내용을 보면 카메룬 요카도우마지역에서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권을 획득했다는 사실을 전하면서 면적(236㎢)과 허가기간(25년) 등을 간단히 기재했지만, 외교부 보도자료에서는 연간 다이아몬드 생산량의 2.5배에 달하는 추정매장량과 함께 다이아몬드 개발사업의 추진 경위, 기대효과 등을 자세히 설명했다.
외교부의 CNK 보도자료는 공시보다 1시간 빠른 장중에 발표됐고 공신력 있는 국가기관의 공인이었다는 점에서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문제의 보도자료 이후 한 주에 3천원 수준이던 주가는 3주만에 4배가 뛰었다.
이 과정에서 32명은 5만 주 이상을 팔아 백억 원 이상의 시세 차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으며, 검찰은 현재 이들을 우선 수사 대상에 올려 자금 흐름을 조사하고 있다.
정권 실세에 대한 헐값 매각 의혹이 제기된 신주인수권과 관련해서도, 실제 매매가 이뤄진 59개 계좌에 대해 실 소유주 추적 작업에 들어갔다.
검찰은 이번주부터 조중표 전 총리실장을 비롯한 핵심 인사들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이번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차장의 경우 출국 금지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