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영은 기자] 민주통합당은 2일 `재벌개혁' 차원에서 대기업집단(재벌)의 순환출자 규제를 도입하고 지주회사 요건을 강화하는 등 재벌 지배구조에 대대적인 메스를 들이대기로 했다.
이는 재벌총수가 모회사의 작은 지분으로 전체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를 바꾸겠다는 것이어서 실제로 시행될 경우 재벌 지배구조 자체가 무너질 수 있어 재계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민주당 경제민주화특위는 조만간 순환출자 금지ㆍ지주회사 요건 강화 등을 핵심내용으로 하는 재벌 지배구조 개선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 개선안은 당의 공식 검토작업을 거쳐 4ㆍ11 총선 공약으로 제시된다.
특위는 10대 재벌에 대해 40%의 출자총액제한제(출총제)를 부활하는 안을 제시했지만, 대부분 대기업이 이 요건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돼 실효성이 의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순환출자 규제'를 신설한다는 방침이다.
재벌 총수가 소수의 지분만으로 계열사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그 핵심고리인 순환출자를 손봐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모회사와 자회사 간 상호출자만 상법상 금지되어 있는데, 공정거래법에 순환출자 금지를 명시해 '유효 지배력'이 미치는 계열사 간의 순환출자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대기업에 대해서는 3개 이상의 계열사 간 출자가 원형 고리처럼 연결된 환상형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순환출자 주식에 대해 단계적으로 의결권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순환출자는 재벌들이 계열기업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이용하고 있는 변칙적인 출자 방법으로, A사가 B사에 출자해 지배주주가 되고, B사는 C사에, C사는 다시 A사에 출자하는 형태다.
순환출자가 금지될 경우, 순환출자 구조로 돼 있는 삼성과 현대차 그룹이 규제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특히 삼성은 순환출자를 통한 지배구조 문제로 여러 번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기 때문에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순환출자를 일시에 해소하기 위해서는 20조원 이상이 든다"며 "지금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으라는 것은 그룹을 해체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특위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다른 재벌그룹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지주회사 요건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참여정부 때인 2007년 4월 대기업의 지주회사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관련규정을 완화했지만 오히려 무분별한 계열사 확장 등으로 인해 대ㆍ중소기업 상생 저해나 영세상인 퇴출 등 부작용도 낳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현재 200%인 지주회사의 부채비율 상한을 100%로 낮추고, 자회사와 손자회사에 대한 최소 지분율 요건을 상장회사 20%에서 25%로, 비상장회사 40%에서 50%로 각각 상향 조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특위는 재벌이 계열 금융사를 경제력 집중의 수단으로 부당하게 활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계열분리청구제를 신설하는 강도높은 규제책도 검토하고 있다.
이는 금융사가 재벌의 계열사 확장, 총수의 지배권 강화, 계열사 간 부당지원 수단으로 이용될 경우 정부가 금융사를 계열사에서 분리할 것을 직접 명령하거나 법원에 청구하는 제도다.
특위는 금산분리제의 경우 산업자본의 은행소유 규제,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행위제한 규정, 금산법상 동일계열 금융기관의 산업자본 지배금지 등 3가지 규제가 현 정부 출범 이후 상당히 훼손됐다고 보고 이를 원상회복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특위는 재벌 총수를 견제할 소액주주의 대변자를 만들기 위해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한다는 방침이다. 집중투표제는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이 대주주에 맞서 특정 이사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어 소액주주 대표자가 뽑힐 가능성이 높은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