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안진석 기자] 미국과 유럽에서 시작된 재정위기가 아시아로 확산되면서 한국의 대(對)아시아 수출 증가율이 급감하는 등 한국이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미국과 유럽은 재정위기가 조금씩 완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수출 부진과 고물가에 시달리고 있는 중국은 유럽 재정위기가 악화될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이 4%에 그치는 반토막이 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등 경착륙 우려가 커지고 있고, 국가 부채가 심각한 수준인데다 지난해 31년만에 무역적자를 기록하는 등 수출에서도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일본은 재정건전화 방안 추진이 순탄하지 않아 신용등급 강등의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 밖에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주요 아시아 국가들도 금융시장 부진과 인플레이션 압력에 시달리며 경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먼저 중국의 지난해 수출 증가율은 20.3%로 전년(31.3%)보다 10%포인트 이상 크게 떨어졌다.
지난해 소매 규모도 17.1%로 전년(18.4%)보다 낮아졌고, 투자 증가율도 2009년 30.5%, 2010년 24.5%, 지난해 23.8%로 하락세를 보였다.
경기선행지수는 지난해 1월 101.2에서 12월 100.2로 낮아졌고, 제조업 지수는 이 기간 51.7에서 48.7로 낮아졌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올해 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5% 올라 시장 예상치(4.1%)를 웃돌았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지방정부 부채는 국가재정 부실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지방정부 부채 만기 상환액은 4조4천억 위안으로 올해가 고비가 될 전망이다.
이런 이유로 국제기구나 주요 투자은행(IB)은 올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8%대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은 2008년 9.6%, 2009년 9.2%, 2010년 10.4%, 지난해 9.2%로 매년 9% 이상의 성장을 보여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6일(현지시간) 유럽 재정위기가 더 악화될 경우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당초 전망치인 8.2%에서 4%포인트 더 빠질 수 있다고까지 밝혔다. 그동안 10%대의 고공 성장을 계속해왔던 중국 경제성장률이 반토막나며 4%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일본의 상황은 더 좋지 못하다.
일본의 지난해 경상수지는 9조6천억엔으로 흑자 규모가 전년 대비 43.9%나 줄어들었다.
무역수지는 2010년 8조엔 흑자에서 지난해 1조6천억엔 적자로 돌아서 1963년 이래 48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통관 기준으로는 31년 만의 적자였다.
이런 가운데 세계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일본의 경상수지가 향후 10년 이내 적자가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일본 정부가 재정 건전화를 추진할 수 있는 기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추산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국가부채는 GDP 대비 211.7%에 달했으며, 올해 전망치는 219.1%이다. 이는 국가 부채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내몰린 그리스, 이탈리아보다 더 높은 수치다.
중국, 일본에 이어 아시아 3위 경제대국인 인도는 다음 달 말로 끝나는 2011회계연도 성장이 7%를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는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물가 불안도 심각한 수준이다.
인도는 물가안정을 위해 지난 2010년 3월 이후 13차례나 금리를 높였지만 인플레이션이 7.47%로 브릭스(BRICs) 다른 국가들보다 월등히 높은 편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투자 등급'의 바닥인 BBB-인 인도의 국가 신용등급이 성장 둔화로 강등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도네시아도 인플레이션 위험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 중앙은행(BI)은 최근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연 5.75%로 0.25%포인트 내렸다.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내수 규모가 작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은 선진국 성장 둔화로 경기 위축 우려가 크다.
이처럼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상황이 크게 나빠지면서 지난달 우리나라의 아시아 수출 증가율도 전년 동월(39.5%) 대비 24.4%포인트나 낮은 15.1%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對) 중국 수출 증가율이 7.3%에 머물며 전년 동월(24.2%) 대비 급감했고 일본(37.2%), 아세안(22.3%)도 60%가 넘었던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중국에 대한 수출 둔화는 이미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최근 10년간 평균 대중 수출 증가율은 전체 수출 증가율을 8%포인트 웃돌았으나 지난해에는 14.9%로 전체 증가율(19.4%)을 밑돌았고, 지난해 11월(5.8%)과 12월(5.6%)에는 전체 수출 증가율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과 국제금융센터는 중국 실질 GDP 성장률이 1%포인트 낮아지면 국내 GDP 성장률은 각각 0.22~0.38%포인트, 0.3~0.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또 KIEP는 이 경우 국내 수출 증가율은 2%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한국 수출에서 아시아 비중은 56.6%였고, 이 가운데 중국 24.2%, 일본 7.2%, 동남아국가연합 12.9% 등이었기 때문에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가 불안해지면 한국 수출에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대경제연구원 한재진 연구위원은 "중국 경제가 성장률 7%대로 급락해 경착륙하면 국내 경제 성장률이 3% 중반대 아래로 하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