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미국 경기침체와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가 다소 줄어들면서 우리나라의 금융지표들도 빠르게 안정을 되찾아 일부 지표는 위기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부분의 금융지표들은 사상 초유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사태가 일어난 지난해 8월5일 이전의 수준으로 되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유럽 위기의 핵심적인 `뇌관'이 제거되지 않고 있는 데다 위기가 서서히 아시아로 옮겨붙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 우리나라 금융지표가 언제 정상상태로 되돌아올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3일 국제금융텐터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원ㆍ달러 환율은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크게 치솟은 이후 점점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지만 아직 위기 이전 수준으로는 돌아가지는 않았다.
지난 10일 현재 원ㆍ달러 환율은 달러당 1,123.80로 근래 최고점이었던 지난해 9월26일의 1,195.8보다 72원 낮아졌지만 위기이전인 지난해 8월4일의 1,061.7보다는 62원 높은 수준. 평상수준과 위기 정점 수준과의 중간쯤에 머무르고 있는 셈이다.
주가는 환율에 비해 더 많이 회복돼 위기 이전 수준으로 점점 돌아가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 10일 현재 1,993.70을 기록하고 있고, 지난 9일에는 2,014.62까지 올라갔다. 이는 위기 후 최저점인 지난해 9월26일의 1,652.71에 비해서는 30~40포인트 가량 올라간 것이다. 그러나 위기 이전인 지난 7월27일의 2,174.31에 비해서는 여전히 160포인트 낮아 위기 이전으로 완전히 회귀하지는 못했다.
국가부도위험을 보여주는 CDS 프리미엄도 올해 들어 빠르게 하락하고 있지만 위기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다.
한국 정부가 발행하는 외화채권에 대한 5년 만기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 10일 현재 141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이고, 지난 9일에는 131bp까지 떨어졌다. 이는 고점인 지난해 10월4일의 229bp에 비해서는 43% 가량 낮은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위기 직전인 지난 8월1일의 101bp에 비해서는 30%가량 높은 것이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기업이나 국가가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해주는 금융파생상품으로, CDS 프리미엄이 상승했다는 것은 신용도가 나빠져 채권 발행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주요 은행들의 CDS 프리미엄도 큰 폭으로 떨어져 국민은행, 산업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중소기업은행 등 5개 은행의 CDS 프리미엄 평균치는 지난 10일 157bp를 나타냈다.
이들 은행의 CDS 프리미엄 평균치는 지난해 10월 281bp로 고점을 기록했었다. 또 지난해 말에는 200bp였기 때문에 올해 들어 22% 가량 하락한 것이다.
외국환평형기금채권 가산금리도 빠르게 안정되고 있다.
2014년 4월 만기의 외평채 가산금리는 지난 9일 169bp로, 지난해 10월 초의 고점이었던 242bp보다 30% 이상 하락했다.
또 미국 신용등급 강등 직전인 지난 8월4일 2014년 4월만기 외평채의 가산금리는 155bp였기 때문에 현재의 수준은 이보다 14bp정도 높은 정도다.
외평채 가산금리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유통되는 한국 국채의 수익률로, 미국 국채에 대한 가산금리로 표기된다. 외평채 가산금리가 하락세라는 것은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의 국가 신인도가 개선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보여주는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는 지난해 8월 초 위기가 도래하기 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는 10일 현재 21.56을 나타내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코스피가 급락세를 보이기 직전인 지난해 8월1일의 19.31에 근접했다.
변동성 지수는 옵션 투자자들이 예상하는 코스피200 지수의 미래 변동성을 측정한 값으로, 주식시장 전반의 변동성을 가늠할 때 활용된다.
유진투자증권 강송철 연구원은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의 움직임은 작년 8월 주가 폭락의 원인이었던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더블딥(이중침체) 우려가 상당 부분 완화됐음을 반영한다"며 "적어도 증시의 공포 심리 면에서는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