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삼성화재가 지난 1월 19일 싱가포르에 삼성재보험 주식회사(Samsung Reinsurance, 이하 삼성리)를 설립하자, 이를 계기로 제2의 국내 재보험사가 설립돼 코리안리와 외국계 재보험사가 차지해 온 국내 재보험 시장에 경쟁 체제가 구축될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12일 “지난해 12월에 싱가포르 통화감독청(MAS·Monetary Authority of Singapore)으로부터 재보험 사업인가를 받았다"며 "향후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아시아 역내 재물, 기술, 적하(선박에 적재된 화물) 등 재보험 물건을 인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싱가포르 보험시장은 일반보험료 2조8000억원, 재보험료 4조8000억원 규모로 재보험 시장 규모가 아시아 최대다. 또 일반보험보다 재보험 시장이 더 발달되어 있는 싱가포르에는 현재 200개가 넘는 업체가 경쟁하고 있으며, 자본금 600억원 규모로 출범한 삼성리도 치열한 경쟁에 뛰어들었다.
재보험은 ‘보험사가 위험을 회피할 목적으로 드는 보험계약’으로, 보험사나 재보험사가 보험계약자 등과 맺은 계약을 관리할 목적으로 보험사와 다시 계약을 맺는 것이다.
재보험사는 우리가 흔히 '보험사'라고 부르는 원수보험사가 만든 재보험사와 재보험 업무만 하는 전업계 재보험사의 두 가지 형태가 있다.
하지만 보험사들이 경쟁 보험사가 운영하는 재보험사에 재보험을 들 리가 없기 때문에 전자는 국내 시장에서 영업이 쉽지 않아 삼성화재가 설립한 삼성리도 국내가 아닌 싱가포르에 문을 열었다.
현대해상 역시 일본계 코스모스 서비스와 공동으로 ‘코스모스 리스크 솔루션’을 싱가포르에 설립해 지난해 4월부터 영업에 들어간 상태다. 이를 통해 원수보험사와 재보험사들을 연결해주는 브로커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 외에 재보험 업무만 전담하는 전업계 재보험사로 국내에 '코리안리'가 있다.
이런 가운데 시장에서는 삼성리 설립을 계기로 국내에 코리안리와 같은 제2의 전업계 재보험사가 생기기를 기대하고 있다. 매경이코노미에서도 지난해 보험업계 인사, 사모펀드(PEF) 등이 주축이 돼 '제2재보험사'를 추진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는 코리안리 하나로는 해외 재보험 수지 적자 상황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보통 위험 회피를 위해 다양한 재보험사와 동시다발적으로 거래를 하는데, 국내에는 코리안리 밖에 없어 어쩔 수 없이 다른 외국계 재보험사와 거래를 할 수 밖에 없는 있는 상황이며, 이에 따라 해외 시장도 뮌헨리 등 외국계 재보험사가 완전히 주도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리안리가 세계 10위권이기는 하지만 1~7위권과 차이가 여전히 크기 때문에 대형 공사 계약이나 물건 등은 해외 재보험사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다.
허창언 금융감독원 보험감독국장은 제2의 재보험사 설립 움직임과 관련 “만약 재보험사 인허가 신청이 들어온다면 보험사 산하 재보험사보다는 전업계 재보험사로 신청할 가능성이 높다"며 "인허가 신청이 들어오면 존속 가능성 등 적극적으로 인허가 여부를 검토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2재보험사를 추진하고 있는 측은 “해외 유명 재보험사를 주주로 유치해 언더라이팅 능력을 강화하고 코리안리와는 다른 분야를 특화해 국내 원수보험사들이 해외로 출재하는 물량들을 국내로 돌려놓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