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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은행, 기업대출 외면하고 고수익 가계대출에만 치중

[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외국계 은행들이 은행 본연의 임무인 기업대출은 철저히 외면하고 금리가 토종 은행보다 훨씬 높은 고수익 가계대출에만 치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또 사회 공헌에도 나서고 있지 않아 돈벌이에만 혈안이 됐다는 지적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현재 은행권 대출은 기업대출 582조6천억원(55%), 가계대출 445조1천억원(42%)으로 기업대출 비중이 가계대출보다 훨씬 컸다.

하지만 외국계 은행은 완전히 반대여서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가계대출 규모가 26조9천억원으로 기업대출(8조9천억원)에 비해 무려 세 배나 많으며, 한국씨티은행도 가계대출(14조3천억원)이 기업대출(9조6천억원)보다 훨씬 많다.

이에 따라 SC은행과 씨티은행의 가계대출 시장 점유율은 각각 6.1%, 3.2%에 달하고 있는 반면 기업대출은 고작 1.5%, 1.7%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들은 외국계로 전환되기 전에는 이처럼 가계대출에만 치중하지 않았었다.

미국 사모펀드가 지난 2000년 초 한국SC은행의 전신인 제일은행을 인수할 당시 이 은행의 기업대출(5조3천억원) 규모는 가계대출(1조7천억원)의 세 배나 됐다. 지금과는 완전히 반대였던 셈이다.

또 2004년 씨티은행과 통합되기 전 한미은행의 기업대출(10조7천억원) 규모도 가계대출(8조8천억원)보다 더 컸었다.

외환은행도 2002년 론스타에 인수되기 전에는 기업대출 시장점유율이 5.7%에 달했지만 지금은 4.1%로 줄어들었다.

중소기업연구원의 홍순영 선임연구위원은 "대부분 중소기업이 자금조달을 은행에 의존하고 있어 기업대출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이런 기능을 외면하면 은행 본연의 임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외국계 은행은 대출금리가 과도하게 높은 반면 사회 공헌에는 나서고 있지 않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민주당 박병석 의원이 내놓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씨티은행의 예대마진(대출금리-예금금리)은 4.07%, 외환은행은 3.52%으로 전체 평균(2.97%)보다 훨씬 높았다.

이러한 '고금리 장사' 덕분에 외국계 은행들은 대출 규모가 국내 대형 은행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지만 지난해 대규모 순익을 냈다.

외환은행의 지난해 순익은 1조7천억원에 달하며 씨티은행은 3분기까지 4천253억원, SC은행은 3천625억원을 거둬들였다.

외국계 은행들은 이 같은 악덕 영업을 통해 돈을 긁어 모았으면서도 은행 대출을 받는 중소기업에 보증을 서주는 신용보증기금에 지난해 한 푼도 출연하지 않는 것은 물론 사회공헌액도 시중은행 중 최하위권을 기록하고 있어 은행의 공적인 기능은 최대한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소비자연맹의 조남희 사무총장은 "선진금융을 도입한다던 외국계 은행들이 결국 손쉬운 가계대출에 치중하고 대출금리만 올렸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