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안진석 기자]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이 최근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는 우리나라 물가가 국제원유 가격 상승으로 인해 다시 불안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높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지정학적 중동 위험, 미국의 제3차 양적완화(QE3) 가능성도 물가를 위협하는 악재라고 분석하고 있다.
15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미국계 IB인 모건스탠리는 "한국은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3.4%로 지난해 1월 이후 1년 만에 가장 낮았지만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여전히 높고 유가변동성과 전세금 등을 고려하면 안심하기 이르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QE3 실시 가능성도 불안 요인이다.
모건스탠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글로벌 경기 회복을 위해 올해 2분기에 선제로 QE3를 시행할 수 있다. 이는 자본 유입과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을 촉발해 신흥국 물가를 끌어올릴 것이다"고 내다봤다.
바클레이스 캐피털,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등도 풍부한 유동성에 따른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이란의 지정학적 위험, 유가 충격 가능성이 한국의 물가안정세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 IB는 특히 국제 유가를 한국의 물가 불안을 자극하는 최대 요인으로 꼽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국제원자재 가격지수인 CRB지수는 지난 13일 기준 314.06으로 전 저점인 지난해 12월15일 294.45보다 6.7% 상승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주춤했던 국제원유 가격은 이란과 서방국 간 긴장이 고조되며 최근 빠르게 치솟고 있다.
지난 13일 싱가포르거래소의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배럴당 115.91달러를 기록하며 지난해 5월 3일 117.90달러 이후 약 9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같은 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종가는 100.91달러로 지난 1월19일 100.39달러 이후 약 한 달 만에 다시 100달러선을 돌파했다.
국제유가 오름세가 지속할 경우, 원유를 100%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는 큰 충격을 받게 된다. 특히 물가상승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외 주요 경제연구기관들은 올해 물가상승률이 지난해보다 낮은 3% 초중반이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유가 안정이라는 조건이 충족됐을 때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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