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다시 시작된' 삼성 비리 의혹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지난 2008년 삼성특검(삼성 비자금 의혹 관련 특별검사)이 제대로 밝히지 못한 삼성그룹 차명재산의 성격과 조성재원 등의 사실관계를 명확히 확정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14일 故 이병철 삼성 선대회장의 장남이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부친인 이맹희씨는 동생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삼성생명 주식 824만주 등 주식인도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범 삼성가의 소송 전쟁'으로 불리는 이 사안에 대해, 재산분할을 둘러싼 사인(私人)들간의 분쟁으로 보는 시각이 상당수다. 또 일부에서는 이번 소송이 이건희 회장 측과 이맹희 씨 측의 화해로 종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특검 수사결과 및 이맹희 씨 주장과는 달리, 삼성생명 주식을 비롯한 이른바 차명주식 전부를 이병철 선대회장의 상속재산으로 볼 수 없어 문제는 간단치 않다. 이병철 선대회장 사망 후 15년이 이미 지났기 때문에 상속세 등의 과세시효가 끝났다는 주장은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우선 삼성생명의 차명주식 수는 2010년 액면분할 이전의 액면가 5000원 기준 주식수로 계산하면 총 978만1200주다.

삼성생명 차명주식은 두 차례에 걸쳐 실명 전환됐는데, 첫 번째는 1998년말 이건희 회장과 삼성에버랜드가 차명 임직원들로부터 주당 9000원의 가격에 매입하는 형식으로 실명 전환한 644만2800주(이건희 회장 299만5200주 및 에버랜드 344만7600주)다. 두 번째는 지난 2008년말 삼성특검 수사결과 발표 직후 실명 전환한 324만4800주다. 그 외 이병철 선대회장의 사위인 故 이종기 삼성화재 회장 명의로 차명되어 있다가 2006년 삼성생명공익재단으로 이전된 9만3600주를 포함하면 978만1200주에 달한다.

이 중 486만7200주는 이병철 선대회장 사망 시점인 1987년 11월 이후에 차명된 것으로, 1988년 9월 삼성생명의 유상증자 시 차명된 것으로 확인된다.

기업·금융정보시스템(KIS-Line) 자료를 보면 1987년말 현재 신세계가 29.00%, 제일제당(現 CJ)이 23.00%의 삼성생명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1988년 말에는 각각 14.50%, 11.50%로 변동돼 26%가 감소했다. 이는 1988년 9월 삼성생명이 자본금을 30억원에서 60억원으로 유상증자하는 과정에서 신세계와 제일제당이 실권하고, 그 실권분이 전액 임직원 명의로 차명됐기 때문이다. 이 당시 감소한 지분율 26%에 1998년말 우리사주조합분 유상증자 이전의 발행주식총수 1872만주를 곱하면 486만7200주가 된다.

따라서 삼성생명의 차명주식 총계 978만1200주 가운데 엄밀한 의미의 이병철 선대회장 상속재산은 491만4000주뿐이고, 나머지 486만7200주는 상속과는 무관한 별개의 차명주식이다.

또한 이병철 선대회장의 재산상속과 관련, 상속인들 사이에 협의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

이는 이맹희씨가 상속재산 분할 협의와 관련한 소장에서 2011년 6월경 이건희 회장 측이 CJ 측에 '상속재산 분할 관련 소명'이라는 제목의 문서를 보내, 차명주식에 대한 권리 포기에 서명날인 할 것을 요구했지만 이맹희씨 등은 이를 거부한 것으로 기재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이정희 통합진보당 의원은 "이병철 선대회장의 차명주식은 이건희 회장에게 특정되어 증여 또는 상속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건희 회장뿐 아니라 8명의 자녀들 모두 상속권 주장이 가능하고, 이 경우 이건희 회장은 삼성생명 주식의 실명전환 과정에서 발생한 증여세 2조3000억원을 납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도 "이정희 의원의 주장처럼 삼성가의 상속인들 사이의 재산분할 분쟁이 어떻게 종결되느냐에 따라 증여세 등의 부과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국세청은 누락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상속세 및 증여세 등을 빠짐없이 부과·징수해 조세정의를 실현해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