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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건희 삼성 회장의 거짓말, 그 끝은 어디인가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삼성그룹 형제간 상속재산분할청구소송과 관련, 이건희 회장은 선대 회장이 물려준 삼성전자 주식은 이미 한주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내용의 준비서면을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대 회장이 물려준 삼성전자 주식을 이미 처분했고, 차명으로 보유하던 22만여주는 자신이 별도로 사뒀던 주식이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이건희 회장과 삼성이 사법부를 얼마나 무시하고 있는지, 나아가 국민을 얼마나 우롱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상속재산 여부의 문제를 떠나 과거 비자금 조성과 관련된 수사를 회피하기 위해 특검에 거짓말을 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특검 당시 이건희 회장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 등이 비자금을 조성해 구입한 것이 아니라 모두 상속재산이라고 주장했다. 특검 역시 이러한 이건희 회장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더 이상의 수사없이 모두 상속재산으로 인정해줬다.

특검은 당시 차명주식에 대해 이건희 회장이 선대로부터 물려받아 관리해 오던 상속재산이라는 주장을 아무런 검증없이 그대로 수용했는데, 이는 실제 비자금이라는 의구심을 해소할 만한 증거자료가 있어서가 아니라 단순히 이건희 회장의 진술에만 의존했던 것이었다. 때문에 특검의 무능력함과 함께, 특검과 삼성 사이에 모종의 거래관계가 있었다는 의혹이 도마위에 오르내렸다.

4년이 지난 지금, 이건희 회장은 형제간 상속재산 분쟁이 불거지자 과거 자신의 주장과는 배치되는 말 바꾸기를 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 회장은 삼성특검 당시 비자금 조성에 대한 특검수사를 회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거짓 진술을 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삼성특검이 밝힌 약 4조5373억원(수사결과 발표 당시 금액)에 달하는 차명재산의 원천이 또다시 미궁으로 빠지게 된다. 상속재산이 아니라면, 새로 조성한 비자금이라는 말인가.

이번 형제간 소송 또는 어떠한 경로를 통해서든, 차명재산의 출처는 명백히 밝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