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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급업체 60% '불공정 행위 경험'… 구두발주 관행도 여전

[재경일보 이호영 기자] 하도급업체 10곳 중 6곳은 원사업자로부터 하도급 불공정행위를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구두(口頭) 발주 관행은 개선되고 있기는 하지만 법 위반 혐의 업체 비율이 여전히 20% 가량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단계가 내려갈수록 혐의업체 비율이 높아지는 현상도 그대로였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약서 없는 구두 주문 발주 등의 불공정 거래행위를 뿌리뽑기 위해 올 상반기 중 1차 이하 협력사에 대한 하도급 실태 직권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또 다음달부터 원청업체로부터의 단가인하·기술탈취 예방을 위한 핫라인을 가동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1차금속, 섬유, 음식료 등 제조업종 6만개 사업자를 대상으로 2010년도 하반기 하도급거래실태를 지난해 서면으로 조사한 결과, 전반적으로 하도급 거래질서가 개선되고 있지만 구두발주 관행과 1차 이하 협력사간 불공정개래가 상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5일 발표했다.

조사대상 원사업자는 종업원 100명 초과(65.7%), 자산총액 500억원 이상(53.6%)인 중규모 이상 기업이 대부분이었으며, 수급사업자는 종업원 50명 이하(67.4%), 자산총액 100억원 이하(67.2%)가 다수였다.

수급사업자의 83.4%가 원사업자 1곳과 거래하고 매출액의 60% 이상을 의존하는 비율이 95.2%에 달했다. 또 수급사업자의 65.4%는 수의계약 방식으로 하도급을 수주해 원사업자에 '절대약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하도급법 위반 혐의업체 비율은 원사업자 조사에서 44.9%, 수급사업자 조사에서 60.8%로 나타나 수급사업자가 느끼는 불공정행위의 비율이 더 높았다.

법위반 혐의업체는 원사업자(41.3%)보다 1차 협력사(46.5%), 2차(53.2%), 3차 (55.5%) 순으로 1차 이하의 협력사 간 불공정거래가 심했다.

19개 하도급법 위반행위 유형 가운데 '서면계약서 미발급 협의'가 22.6%로 가장 많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총 19개 하도급법 위반행위 유형 중 서면 미발급 혐의가 4분의 1을 차지한다”면서 “서면 미발급은 과거 3년간 가장 빈번한 법 위반 유형이었다”고 밝혔다. 이같은 구두발주 관행은 1차 금속업, 출판인쇄기록매체업, 고무·플라스틱업에서 가장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원사업자는 부당 발주취소(14.5%) 혐의를 많이 제기했다. 하지만 수급사업자는 지연이자 미지급(9.9%), 어음대체결제수수료 미지급(8.9%), 물품구매강제·부당결제청구(8%) 등 대금 관련 법위반을 많이 꼽았다.

공정위가 제정한 표준하도급계약서 사용비율은 증가추세이나 70%를 넘지 못했다. 원사업자의 표준하도급계약서 사용비율은 지난해 68.5%, 지난 2010년 65.1%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하도급 거래 개선 정책의 초점을 ‘구두발주 관행 근절’에 놓고 특별대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서면계약서 미발급 업체를 대상으로 임직원 또는 CEO 교육 이수를 권고하고, 이를 거부하는 업체는 직권조사 대상으로 포함시킬지 여부를 검토할 방안이다. 또 서면 계약서 미발급 혐의가 장기간 상습적으로 포착된 업체는 직권조사를 실시하고 형사고발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공정거래협약 평가의 기준 중 하나인 3대 가이드라인 사용비율도 40% 수준에 머물러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금성 결제비율은 92.2%로 늘고 어음 결제비율은 4.8%로 줄어 하도급대금 결제조건이 나아졌다.

납품단가를 인하한 원사업자의 비율도 22.6%로 2.3%포인트 감소했다.

원사업자의 요구에 따라 기술자료를 제공한 수급사업자는 0.9%로 2010년 조사 때(1.2%)보다 낮아졌다. 기술자료를 요구한 원사업자 비율은 2.6%였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구두발주 관행 근절차원에서 3월부터 자진시정과 재발방지 절차를 진행하고 상습 서면미발급 업체에는 직권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또 내달 하도급 핫라인을 가동해 원사업자의 부당 단가인하·기술탈취를 막고 1차 이하 협력사 간 하도급거래, 제조업 분야 3~4개 업종을 차례로 조사하기로 했다.

신봉삼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과장은 "전반적으로 하도급 거래질서가 개선되고 동반성장 문화도 확산하고 있지만, 구두발주 관행과 1차 이하 협력사 간 불공정거래가 상존하는 등 추가적인 개선이 요구되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