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안진석 기자] 기획재정부가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복지공약이 도를 넘었다는 판단에서 복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현 정부 들어 복지지출 증가율은 총지출 증가율을 계속 웃돌았으며, 올해 예산에서도 총지출을 5.3% 증액하면서 복지지출은 7.2%나 늘렸다.
복지지출이 총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7년 25.9%(61조원)에서 2008년 26.2%(69조원), 2009년 26.6%(80조원), 2010년 27.7%(81조원), 2011년 28.0%(86조원), 2012년 28.5%(93조원) 등으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정부 부처가 최근 중기재정계획 작성자료로 낸 내년 복지지출 요구액은 지난해 9월 만든 중기계획보다 4조2천억원 늘어난 101조5천억원이다.
이런 상황에도 정치권은 표를 의식해서, 또는 양극화 해소라는 차원에서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복지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새누리당에서는 현재 병사 월급을 40만원 수준으로 올리는 것을 비롯해 대학생 학자금 신용불량자나 중소·사회적 기업 취업자에 대한 채무탕감, 만5세 이하 아동 무상보육, 고교 의무교육, 초중고생 아침 무상급식, 의료안전망 기금 설치 등이 거론되고 있다.
민주통합당도 초중학생 친환경 무상급식, 만 5세 이하 어린이집·유치원 보육료 전액 지원, 입원진료비 건강보험 부담률 90%로 확대, 반값 등록금, 취업준비 청년 생계비 지원, 기초노령연금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재부는 20일 정당 보도자료와 언론 보도로 나온 복지공약을 모아 추계해본 결과, 추가 비용이 1년간 43조~67조원, 5년간 220조~340조원이 든다고 밝혔다.
1년치 비용만 봐도 전년 대비 올해 복지지출 증가액(6조2천억원)의 7~11배다. 세금을 감면해주는 조세지출제도까지 고려하면 비용 부담은 더 커진다.
기초수급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면 4조원 넘게, 사병 봉급을 40만원으로 올리려면 1조6천억원, 반값 등록금에 2조원 이상이 추가로 드는 것으로 기재부는 추산했다.
올해 양대 선거가 복지 경쟁이 될 가능성이 큰 만큼 앞으로도 세금이 들어가는 복지공약이 계속해서 양산될 것으로 보여 기재부에서는 이러한 정치권의 선심성 복지공약 양산에 대한 반작용으로 복지TF를 출범시켰다.
정부가 선거에 앞서 공식적으로 TF를 구성해 복지 수요에 대응하는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으로, 사안에 따라서는 부처 1급으로 구성되는 범부처 복지TF도 수시로 가동할 예정이다. 예컨대 보육은 보건복지부, 교육과학기술부, 여성가족부 등이, 일자리는 고용노동부, 복지부, 지식경제부, 중소기업청 등이 참여하는 형태다.
TF는 크게 세 가지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4천384억원 규모의 사회보험료 지원, 4천980억원 짜리 청년 창업ㆍ창직 지원, 1조2천388억원 규모의 누리과정 등 이미 도입한 '일하는 복지' 정책이 성공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현장점검과 집행관리를 강화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현재의 재정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어난 정치권 복지공약에 대해 대응하는 것이다.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증세나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지만 증세를 하면 국민 부담이 커지며, 국채를 마구 찍으면 재정지표가 악화하고 미래세대가 갚아야 할 부담이 늘어난다.
특히 과도한 복지로 인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처한 유럽의 재정위기가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할 수도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제되지 않은 복지제도를 무분별하게 도입하면 꼭 필요한 서민복지가 축소될 우려가 있고, 미래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 쓸 재원이 부족할 수 있다"며 "정치권 공약도 구체적인 재원마련 대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 번째로는 필요한 복지를 선제로 발굴해 추진하는 역할도 한다.
정치권 공약 중에서도 '일하는 복지', '맞춤형 복지, '지속가능한 복지' 등 정부의 복지 원칙에 맞는 것이 있는지를 옥석을 가려 검토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TF를 이끄는 김동연 기재부 2차관은 "복지 지출은 현재 수준을 유지해도 계속 늘어 국가채무비율을 2050년 137%로 높이게 되는데 정치권 공약은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심각한 위협을 주는 수준"이라며 대응방침을 분명히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