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안진석 기자] 사회에 막 발을 들여다 놓은 20대의 체감 생활형편이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계속되고 있는 취업난 탓에 소득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지만 생활비 마련 등을 목적으로 한 생계형 부채가 빠르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21일 한은의 `소비자동향조사(CSI)' 결과에 따르면, 30세 미만 소비자의 현재생활형편 CSI는 지난 1월 기준 70을 기록, 2009년 1월 69 이후 가장 낮았다.
30대 미만 소비자의 현재생활형편 CSI는 전체 평균인 83보다도 13포인트 떨어졌고, 6개월 후 전망인 30대 미만의 생활형편전망 CSI도 83으로 전체 평균 90을 7포인트 밑돌았다.
생활형편 CSI가 기준치인 100을 밑돌면 현재 생활이 과거보다 나빠졌다고 보는 응답자가 더 많다는 의미다. 100을 웃돌면 그 반대다.
이처럼 젊은 세대의 체감 생활형편이 나빠진 것은 청년층 취업기회가 여전히 적어 소득여건이 크게 개선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30대 미만의 취업기회전망 CSI는 70으로 전체 평균 83보다 크게 떨어졌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공식 실업률은 3.4%로 완전고용에 가까웠으나 체감실업률은 11.3%, 특히 청년층의 체감실업률은 22%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런 가운데 빚이 소득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서 젊은 세대의 생활형편을 더 힘들게 만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가계금융조사'에 따르면, 가구주 연령이 25~30세인 가구의 경상소득은 평균 3천12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9.3% 늘어났지만 같은 기간 부채총액은 1천458만원으로 2010년에 비해 34.3%나 급등했다. 소득보다 빚이 4배가량 크게 늘어난 것이다.
부채 종류별로 보면, 담보대출이 635만원에서 906만원으로 42.7%나 올랐다.
담보대출 용도는 거주주택 마련 44.3%, 생활비 마련 16.8%, 전(월)세 보증금 마련 16.3% 순이었다.
그러나 거주주택 마련 비중은 2010년(46.0%)보다 줄어든 데 반해 생활비 마련은 전년(2.4)%에 비해 7배 급등해 20대들의 생활이 매우 팍팍해졌음을 보여줬다.
전(월)세 보증금 마련 비중은 2010년(16.6%)과 비슷했다.
신용카드 관련 대출은 27만원에서 33만원으로 22.2%, 외상 및 할부미상환액은 70만원에서 90만원으로 28.6% 증가했다.
반면 저축액은 1천720만원으로 전년보다 18.8% 줄었다. 이는 전체 가구의 저축액이 4천143만원에서 5천23만원으로 21.2%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연구위원은 "청년층 노동에 대한 수요가 충분치 않은 것이 가장 문제다. 소득은 별로 늘지 않는데 대학 등록금 등 투자비용은 증가해 20대 생활이 어려워지는 구조적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점점 경력직을 선호하는 산업구조의 변화상 청년층 일자리 창출을 위한 단기적 개선책을 마련하기는 어렵지만, 창업을 위한 인프라를 확충하고 지원을 늘려 젊은 세대를 흡수하는 것도 방편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