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신용카드사들이 자영업자들과 협의해 가맹점 수수료율을 결정하기로 했다.
23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이두형 여신금융협회장과 업계 1위인 신한카드 이재우 사장은 최근 오호석 유권자시민행동 상임대표 겸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 회장 등 자영업 단체장과 만나 가맹점 수수료율을 합리적으로 결정하기 위해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으며, KB국민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하나SK카드, 비씨카드 등 다른 카드사 사장들도 이 방안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국회가 가맹점 수수료율 차별 금지를 골자로 하는 개정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카드사와 자영업자들이 자율적으로 수수료율을 조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정부가 중소 가맹점의 협상력을 높이고자 가맹점 단체를 설립할 수 있는 범위를 연매출 2억원 미만으로 확대하는 시행령을 최근 확정한 것도 협의체 구성의 배경이 됐다.
오호석 회장은 "여신금융협회장과 신한카드 사장을 만나 카드사와 가맹점이 수수료율 체계를 함께 논의할 협의체를 조만간 구성하자고 합의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논의가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율 차별을 금지한다는 데 카드사나 자영업자 모두 공감하는 상황이다. 이제는 자영업자들도 수수료율 개선을 논의하는 데 하나의 파트너이자 협의의 대상이 됐다"고 말했다.
여신금융협회는 금융연구원과 한국개발연구원에 맡긴 카드수수료율 체계 용역을 토대로 내달 공청회를 열고 내부안을 확정 지을 계획이다.
카드사들은 이 안을 토대로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 등 자영업단체 대표들과 만나 수수료율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현재 가맹점 수수료율 평균은 2% 수준이지만 카드사ㆍ업종별로 다르고, 수수료율도 카드사와 가맹점이 직접 결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와 같은 대기업 가맹점은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받지만, 영세 자영업자들의 수수료율은 상대적으로 높아 영세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높은 상태다.
정부는 영세 자영업자들의 이 같은 어려움을 고려해 2010년 연매출 9천800만원 미만이면 단체결성권을 부여했으나 업종별 이해관계가 달라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한편, 가맹점 수수료율 차별을 금지하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모든 업종의 수수료율이 1.8%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종별 수수료율 대신 카드사의 고정비용을 반영해 정액 또는 정률로 매기는 체제로 바뀌며 그 범위는 금융 당국이 정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