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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금융당국 고배당 자제에도 '배째라?'

[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금융당국의 고배당 자제 권고에도 불구하고 시중은행들이 지난해보다 훨씬 큰 규모의 배당금을 지급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배당으로 인해 4대 시중은행의 지주회사인 금융지주사들과 외환은행과 SC은행, 씨티은행 등 외국계 시중은행의 외국인 주주들이 받는 배당금 규모도 크게 늘어나 국부 유출에 대한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수수료와 대출 이자 등으로 서민들의 돈을 탈탈 긁어모아 엄청난 순익을 거둔 후 그 돈으로 외국인들의 배만 채워주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한지주와 KB금융, 우리금융(우리은행 기준), 하나금융 등 4대 금융지주회사는 지난해 배당금 지급액 9천754억원보다 49.6%나 늘어난 총 1조4천591억원을 올해 배당금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외국인이 최대주주인 외환은행과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씨티은행도 전년(9천999억원) 대비 30.4% 증가한 1조3천37억원의 배당금을 이미 지급했거나 지급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이들 7개 금융회사에서 외국인이 배당금으로 챙겨가는 금액은 전년(1조2천994%) 대비 32.5% 증가한 1조7천227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체 7개 금융회사의 배당금액 약 2조7천억원 가운데 약 1억7천억원이 외국인의 주머니에 들어가는 셈이다. 이는 이들 7개 금융회사에 대한 외국인의 지분율이 매우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7개사의 외국인 평균 지분율은 무려 68.4%에 달한다.

외국계인 SC은행과 씨티은행은 사실상 외국인 지분율이 100%에 이르고 있고, 최근 하나금융지주로 경영권이 넘어간 외환은행의 지분율도 70.7%다.

이 밖에 하나금융(68.4%)과 KB금융(62.6%), 신한지주(61.0%)의 외국인 지분율은 모두 60% 이상이며, 우리금융만이 20.9%의 낮은 지분율을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주요 금융회사들은 배당금 총액이 늘어나면 날수록 외국인 주주들이 가장 많은 배당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물론 순이익에서 배당금 총액이 차지하는 비중인 배당성향은 전년보다 대체로 낮아지기는 했지만 올해 사상 최대 수준의 순이익을 거둔 상태라 실제 배당금은 지난해보다 크게 올라갔다.

겉모양새로만 보면, 7개사의 올해 배당성향 평균은 지난해 37.8%보다 8.5%포인트 떨어진 29.3%며, 이 가운데 KB금융의 배당성향은 46.6%에서 11.7%로 무려 34.9%포인트나 떨어졌다.

그러나 KB금융의 올해 배당금은 2천782억원으로 전년 412억원보다 무려 7배 가까이 늘어났다. 신한지주의 배당성향도 24.6%에서 20.3%로 소폭 내렸지만, 순이익 급증으로 인한 것으로 실제 배당금은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났다.

결국 은행들이 배당금을 올렸음에도 순이익 급증으로 인해 오히려 배당성향이 떨어져 배당금이 줄어든 것 같은 착시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은행에 고배당을 억제하고 대손충당금을 통해 내부유보를 늘리도록 지도해왔고 이것이 은행권의 배당성향을 낮추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은 배당금 총액과 외국인 지급액은 오히려 크게 늘어나는 모양새로 나타나 금융권 고배당 논란은 이번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융권의 고배당은 올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배당금 총액과 외국인 배당금 액수가 줄어든 것과 완전히 대조를 이루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최근 246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를 분석한 결과, 올해 배당금 총액은 전년(9조5천237억원)보다 7.2% 감소한 8조8천377억원이었고 외국인이 받게 될 배당금도 전년보다 10.6% 줄어든 3조2천295억원으로 집계돼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주요 금융회사의 조사 결과와 크게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유철규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이에 대해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회사가 배당금을 많이 지급하는 것은 문제"라며 "투자해야 할 시점에 증자 등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