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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신경분리로 경제·금융지주 출범

[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농협중앙회가 신용·경제사업을 분리한 `1중앙회 2지주회사' 체제로 2일부터 새출발한다.

이번 개편으로 농협중앙회는 농산물 판매·유통 업무를 맡는 `농협경제지주회사'와 은행·보험 기능을 전담하는 `농협금융지주회사'로 분리되게 된다.

이는 지난 1961년 농협에서 금융기능을 분리한 이후 51년 만에 이루어지는 대개혁이다.

농협은 경제부문에서는 판매농협의 토대를 구축하고 금융부문에서는 국제 수준의 협동조합 금융그룹으로 변모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 농협금융지주 출범… 국내금융 '6대지주' 체제로 개편

먼저 이번 신경분리로 농협금융지주가 출범함에 따라 국내 금융산업은 우리금융, 하나금융, KB금융, 신한금융, 산은 등의 `6대 금융지주 체제'로 전환되게 됐다.

농협금융지주의 자산은 2011년말 기준 240조원으로 우리금융(372조원), 하나금융ㆍ외환은행(366조원), KB금융(363조원), 신한금융(337조원)에 이어 5번째 규모다.

농협금융지주는 이번 개편으로 신설되는 은행, 생명보험, 손해보험과 함께 기존 금융관련 자회사 7곳을 거느리게 됐다. 현재 농협생보는 업계 4위, 농협손보는 업계 9위 규모다.

특히 전국에 퍼져 있는 지역농협까지 감안하면 농협은 기존 금융지주사들을 위협할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역농협조합은 1천165개로, 영업점은 4천449개, 거래고객은 2천800여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 1,2금융권을 모두 합친 농협 전체 점포수는 5천621개, 관련 고객수는 4천700여만명에 달한다.

농협금융지주는 오는 2020년까지 금융부문을 총자산 420조원, 순이익 3조8천억원, 자기자본이익률(ROE) 11.6%의 글로벌 협동조합 금융그룹으로 키우겠다는 3단계 발전전략을 세우고 있다.

◇ 농협경제지주 출범으로 유통업계 4위 진입

농협경제지주는 기존 경제 관련 자회사 13개를 편입하고 중앙회가 맡고 있는 판매ㆍ유통 등 경제사업을 오는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맡는다.

지역 조합 출하 농산물의 50% 이상을 책임 판매해 농민에게는 제값을 받게 하고, 소비자에게는 안전한 농산물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판매농협을 구현한다는 게 경제지주의 목표다.

농협은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해 중앙회 보유 자본금 15조2천억원의 39.1%에 달하는 5조9천5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농협은 지난해 6월 기준으로 56개 직영 하나로마트를 운영하고 있어 유통업계는 농협경제지주 출범을 긴장하며 주시하고 있다. 현재 규모만으로도 영업점을 기준으로 한 소매유통 점유율에서 농협경제지주는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에 이어 4위인데, 앞으로 직영 하나로마트를 60개로 늘리고 영세한 2천70개 지역농협 하나로마트를 대형화한다는 계획이어서 기존 유통업계를 크게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

중앙회는 두 지주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중앙회와 자회사 간 동반성장을 견인하는 구심체 구실을 한다.

예산과 자금의 통합지원ㆍ관리체계를 구축하고 교육지원사업의 성과지표(KPI) 개발 등 교육지원 사업의 효율화를 추진하는 것도 중앙회의 몫이다.

그러나 신경분리로 새롭게 출발하는 농협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정부가 출자할 현물주식 1조원의 종류를 두고 정부와 농협 간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정책금융공사가 보유한 한국도로공사가 가장 유력한 출자 종목으로 거론된다. 농협은 여전히 유동화가 쉬운 산은지주나 기업은행의 주식을 원하고 있다. 최근까지 농협의 개편 추진 과정에서 내부 분란이 적지 않았다는 점을 참작하면 이런 문제들이 농협의 새출발에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여기에 농협은 지난해 4월 최악의 전산사고를 겪은 이후 같은 해 5월과 12월, 지난 1월 그리고 지난 2월 23일까지 전산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어 불안한 전산시스템이 언제든지 농협의 발목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농협은 새 출범 당일인 2일 오전 0시부터 5시까지 모든 금융서비스를 중단하고 전산시스템을 점검하기로 하는 등 전산사고 예방에 총력을 쏟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이러한 불안감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기 때문에 은행ㆍ생명보험ㆍ손해보험 등 자회사를 거느릴 농협금융지주가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을지를 중점적으로 검사할 예정이다. 특히 최근 사고가 거듭된 전산시스템 준비상황을 철저하게 따져볼 계획이다.

또 농협이 유통망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최근 논란이 된 `골목상권' 보호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도 어려운 숙제 가운데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