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집값 하락과 900조원을 넘는 가계빚 부담의 영향으로 은행권의 가계대출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신한·국민·하나·기업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303조7천869억원으로 1월 말보다 1천392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주택담보대출은 2천278억원 증가하는데 그쳤고, 신용대출은 오히려 2천959억원이 줄어들었다.
시중은행 가운데 가계대출 규모가 가장 큰 국민은행은 지난달 주택대출과 신용대출이 모두 각각 4천278억원, 2천878억원이나 줄어들었다.
1월 은행 가계대출이 2조7천억원 넘게 감소한데 이어 두달 연속으로 가계대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것이어서 은행권에서는 다소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 1월 대출이 급감한 것은 지난해 말 취득세 감면 혜택이 종료되면서 주택대출 수요가 일시적으로 줄어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2월에는 수요가 다시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상황은 전혀 달랐던 것.
이는 지난해 은행권 가계대출이 5.7%의 증가율을 보이며 평균적으로 매달 2조원씩 늘어 연 증가액이 24조원에 달했던 것과도 대조를 이루고 있다.
A은행 가계대출 담당 부행장은 "일선 창구에서 대출 수요가 없다는 얘기가 많이 들려온다. 올해 가계대출 성장 목표치를 4%로 잡았는데 지금 상황이라면 어림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가계대출 수요가 줄어든 주원인으로는 집값 하락으로 인한 주택대출 수요 감소가 꼽히고 있다.
지난해 가계대출 증가액 24조원 중 19조원을 차지할 정도로 주택대출은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도했지만, 지난해부터 강남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 하락이 이어지다 보니 집을 사려는 수요 자체가 줄어들었다는 것.
또 지난해 말 900조원을 드디어 돌파해 913조원까지 도달한 가계부채로 인해 대출 원리금 부담이 한계치에 이르렀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가 실시한 `2011년 가계금융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가구소득 평균은 6.3% 늘었지만 원리금 상환액은 22.7% 급증했으며, 물가 급등을 감안하면 그 부담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가계대출 수요 부진은 집값 하락, 실질소득 감소, 원리금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집값이 반등하고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한 그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