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한국소비자원이 공공기관 최초로 근저당 설정비 반환을 위한 집단 소송을 지원키로 해 은행권이 긴장하고 있다.
근저당 설정비란 담보를 제공하고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데 있어 은행이 근저당을 설정할 때 법무사 사무실에 지급하는 위임료와
등기비용 등을 말하는 것으로, 그동안은 고객들이 근저당 설정비를 부담했으나,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시에 따라 지난해 7월부터 은행이
근저당권 설정비를 부담하고 인지세는 은행과 고객이 반씩 내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소비자원은 은행이 대출고객에게 전가한 근저당권 설정 비용을 환급해달라는 피해 구제 상담이 급증함에 따라 집단 소송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금융소비자연맹 등 시민단체나 이익단체들이 근저당설정비 반환과 관련해 소송을 낸 적은 있지만 공공기관이 나선 적은 없었기 때문에 그동안 시민단체의 집단소송에 반응하지 않았던 시중은행들도 부담을 가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원이 집단 소송 지원에 나서기로 한 것은 최근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가 근저당 설정 비용 문제에 대해 소비자의 손을 들어준데 따른 것이다. 당시 소비자분쟁조정위는 은행들에 대해 근저당 설정비를 전액 고객에게 환급하고 인지세는 50%를 돌려주라고 했다.
이 소식을 들은 소비자들의 문의가 급증하자, 소비자원은 근저당설정비 관련 피해 구제 신청을 받는 절차에 돌입했으며, 불과 며칠만에 상담이 200여건을 넘어섰다. 이달 말까지 피해 구제 신청이 1천건을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원은 적법한 절차를 거친 뒤 자문 변호단를 통해 집단 소송을 제기한다는 계획이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소비자분쟁조정위의 근저당설정비 환급 결정과 관련해 피해구제 신청 상담전화가 폭주해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면서
"접수된 신청자들을 모아 우선 해당 은행측에 환급을 요구하고 여의치 않으면 자문 변호단을 통해 집단 소송을 제기할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집단 소송에서 소비자들이 이긴다면 근저당설정비를 70만원 정도 냈을 경우 50만원 정도를 돌려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원이 피해구제 신청을 받는 대상은 2003년 1월 이후 주택담보 대출 건이다. 상가와 토지, 건물 등 주택 외의 부동산은 신청 대상이 안된다. 소비자상담센터 홈페이지(www.ccn.go.kr)나 소비자상담센터(☎1372)로 이달 말까지 신청하면 된다.
한편, 금융소비자연맹은 지난 10년간 근저당설정비와 관련한 소비자 피해액만 1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