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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혼합형 펀드 3분의 2, `시중금리+α' 약속 못 지켜

[재경일보 양준식 기자] `시중금리+α'를 추구하는 채권혼합형 펀드의 3분의 2가량이 지난 1년간 '+α'의 수익을 내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가지수의 수준은 1년 전과 비슷했고, 채권금리는 하락했지만 자산운용사별 시중금리+α 펀드의 수익률은 차이가 컸다.

자산운용사 가운데 KB자산운용, 하나UBS자산운용, 한국투신운용, 신한BNP파리바 등은 좋은 성적표를 들어올렸지만, 미래에셋자산운용, 우리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은 부진했다.

7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운용 순자산이 10억원 이상이며 1년 이상 운용한 채권혼합형펀드 258종 가운데 지난 1년 수익률(5일 기준)이 3.51%를 웃돈 것은 37.59%인 97종에 불과했다.

3.51%는 지난 5일 지표물인 국고채 3년물 금리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시중금리'의 기준이다.

즉, 전체 상품 중 3분의 2에 가까운 161종의 1년 수익률이 3.51%를 밑돌았다. 심지어 27종은 원금까지 까먹었다.

이에 따라 258종 전체의 1년 수익률 역시 2.83%로 3.51%에 미치지 못하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채권혼합형펀드는 통상 시중금리+α의 수익률을 추구하는 펀드로 퇴직연금펀드나 연금저축펀드가 많다.

주가의 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해 11~39%만 주식에, 나머지는 채권에 투자해 은행예금보다는 조금 높은 수익률을 목표로 운용된다.

현대증권 배성진 펀드애널리스트는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채권혼합형 펀드는 절대 수익을 추구한다고 그럴싸하게 포장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통상 수익률을 좌우하는 것은 주식운용"이라고 지적했다.

자산운용사 가운데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최악의 성적표를 들어올렸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년 이상 운용한 10억원 이상 채권혼합형펀드 19종 가운데 무려 84%에 달하는 16종이 시중금리 기준인 국고채 3년물 금리 3.51%를 밑돌았다.

우리자산운용도 7종 가운데 71%에 달하는 5종, 삼성자산운용은 25종 가운데 68%에 달하는 17종이 시중금리인 3.51%에 미치지 못했다.

반면 KB자산운용의 채권혼합형펀드는 6종 모두가 시중금리+α의 수익을 내는 데 성공하는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또 하나UBS자산운용이 33종 중 52%인 17종, 한국투신운용은 20종 가운데 55%인 11종, 신한BNP파리바는 10종 중 60%인 6종에서 각각 시중금리인 3.51%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1년전 현재 코스피가 1,960선대로 2,000선대인 현재보다 낮은 수준이었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년전 3.74%에서 최근 3.5%대로 오히려 낮아져 채권값이 오르는 등 지난 1년간 투자환경이 시중금리+α를 약속한 채권혼합형펀드에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대투증권 김대열 펀드애널리스트는 "1년전과 현재의 주가 수준은 비슷한데, 시중금리 이상의 수익을 못 낸 펀드는 채권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서 거의 수익을 못 냈다는 뜻"이라며 "위험을 줄이는 동시에 시중금리 이상의 수익률을 추구한다면 상대적으로 위험이 적은 공모주나 배당주에 투자하는 채권혼합형 펀드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