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무주공산' 중동진출 적극 모색…면영화 후 지배구조도 과제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이 14일 취임 1년을 맞아 양대 과제인 기업공개와 해외진출에 박차를 가한다.
13일 산은에 따르면 강 회장은 최근 중동 진출에 각별히 관심을 쏟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유럽, 중국 등의 자본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 지역이 우리나라에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는 인식에서다.
산은의 중동 공략은 청와대의 기류와도 맞닿아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국책 금융기관으로서 제2의 `중동 붐'을 주도하기를 바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강 회장은 지난달 22일 기자들과 만나 "국내시장보다 해외시장이 중요하다"며 "많은 전문가들이 아시아 지역을 강조하는데, 산은 역시 아시아와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기회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산은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중동 산유국에 오일머니가 넘쳐나고 있다"며 "국내 기업의 건설과 플랜트 시장 진출에 산은이 우리나라의 대표 `CIB(상업+투자은행)'로서 담당할 역할이 크다"고 설명했다.
기업공개는 현 정권의 공약이기도 한 산은 민영화의 첫 걸음이라는 점에서 늦어도 오는 10월에는 반드시 주식 일부라도 상장하겠다는 게 강 회장의 확고한 방침이다.
산은 고위 관계자는 "상장 문제는 순항하고 있다"며 "최소 10% 이상 상장하게 돼 있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상장 물량이 20~30%까지도 늘어날 수 있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상장 성공만으로 민영화 작업에 마침표를 찍는 것은 아니다. 민영화 이후 지배구조 안착이라는 중장기 과제도 풀어야 한다.
강 회장이 평소 국내 은행들이 정권 교체기나 최고경영자(CEO) 교체기에 `CEO 리스크'에 흔들리는 걸 안타까워했다는 점에서 상장되더라도 `주인 없는' 회사로 남지 않는 방안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
산은 안팎에선 주요 주주가 컨소시엄을 꾸려 이사회를 구성하고 CEO를 선출하는 과점주주 체제나 정부가 황금주를 행사하되 경영에는 독립성을 보장하는 모델 등이 거론되고 있다.
강 회장이 지휘한 1년 동안 `다이렉트 뱅킹'이나 `KDB롯데체크카드' 같은 상품을 내놔 소매 영업 기반을 마련하는 등 민영화 준비에 비교적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산은의 개인 예수금은 2010년 말 2조2천억원에서 지난달 말 6조2천억원으로 급증했다.
해외 진출 역시 강 회장이 제시한 `아시아의 개척은행'이라는 기치에 맞춰 몽골개발은행 위탁경영, `RBS Uz' 인수로 우즈베키스탄 최대 외국계 은행으로 등극, 싱가포르 프로젝트파이낸싱(PF) 거점 설치 등 굵직한 성과를 냈다.
다만, 지난해 금융권을 뜨겁게 달궜던 `메가뱅크(거대 은행)'의 꿈이 좌절된 건 강 회장이 지금까지도 뼈아프게 여기는 대목이다. 우리금융지주를 인수하고 나서 우리금융[053000]과 산은을 동시에 민영화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렸지만 정치권의 반대에 부딪혀 중도 포기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산은의 우리금융 인수가 완전히 물 건너간 것은 아니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권 실세'가 운영하는 회사에 특혜를 준다는 인식이 희석되고 금융지주사가 다른 금융지주사를 인수하는 데 엄격한 제한을 둔 금융지주사법 시행령이 개정되면 다시 시도할 수 있지 않으냐는 것이다.
이는 강 회장의 임기와 맞물린 민감한 문제여서 내부적으로 언급을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법에 정해진 산업은행장의 임기는 3년이지만, 지금까지 역대 행장의 평균 재임기간은 1년 반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