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서정인 기자] 아시아인 최초의 아이비리그 총장인 김용 미국 다트머스대 총장이 세계은행(WB) 설립 이후 최초의 한국인 총재로 사실상 내정됐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세계은행 차기 총재 단독 후보로 김용 총장을 지명했다고 직접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발표에서 "세계 발전에 기여하는 세계은행에 전문적인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라며 "김 총장의 풍부한 국제적 경험이 세계은행의 역할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세계은행 차기 총재로 김 총장보다 더 적합한 인물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새 총재는 세계은행 이사진 25명의 추인을 받아야 선임이 확정되지만, 이사회 투표권을 미국이 장악하고 있어 세계은행 총재 지명권을 쥔 미국이 이날 공식적으로 후보 지명을 발표함에 따라 김 총장의 차기 총재 선임은 사실상 확정된 상태다.
이에 따라 김 총장은 오는 4월 세계은행·국제통화기금(IMF) 연차 총회를 통해 정식 세계은행 총재로 선임될 예정이다.
임기는 로버트 졸릭 현 총재의 뒤를 이어 7월부터 시작된다.
미국은 2차대전 이후인 1968년 세계은행을 설립한 이래 비공식 협정에 따라 총재직을 줄곧 유지해 왔다.
그간 세계은행 총재는 미국에서, IMF 총재는 유럽에서 추대된다는 게 일종의 불문율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브라질, 중국 등 신흥국들이 세계은행 총재직을 요구해 막판까지 후보 지명을 둘러싼 물밑 경쟁이 치열했다.
20여년 간 하버드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결핵 퇴치와 국제 의료활동에 앞장섰던 김 총장은 중남미 등의 빈민지역에서 결핵 퇴치를 위한 의료구호활동을 벌여 국제적으로 명성을 쌓아왔으며, 2004년에는 세계보건기구(WHO) 에이즈국장을 맡기도 했다.
2009년에는 다트머스대 제17대 총장으로 선출돼 '아이비 리그'의 첫 한국인 총장이 됐다.
서울서 태어나 5세 때 부모를 따라 아이오와주에 이민한 김 총장은 브라운대학을 나와 하버드대에서 의학박사와 인류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하버드 의대 국제보건·사회의학과장을 역임했다.